▲ 테슬라가 북미 또는 멕시코에 새 대규모 전기차 생산공장을 설립하며 중국 배터리업체 CATL과 파트너십을 강화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기차 생산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테슬라가 이른 시일에 새 대규모 전기차공장 ‘기가팩토리’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중장기적으로 10곳 이상의 새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테슬라가 최근 전기차에 중국 CATL의 배터리 탑재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공장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CATL의 배터리 수급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30년까지 연간 전기차 생산량 2천만 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올해 테슬라의 연간 생산량은 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생산 능력을 열 배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는 최근 연례 투자자행사에서 이런 계획을 밝히며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10~12곳에 이르는 새 기가팩토리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말까지 새 기가팩토리 공장 한 곳의 위치를 확정해 공개하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테슬라는 현재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가운데 한 국가에서 새 공장 후보지를 결정한다는 목표를 두고 검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와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 공장 가동이 올해 시작됐지만 해당 공장에서 생산량을 대폭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새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머스크는 최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텍사스와 독일 공장을 ‘돈을 태우는 용광로’라고 표현하며 해당 공장에서 투자 대비 성과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올해 가동을 시작한 테슬라 공장의 생산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로 꼽힌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공급망 차질에 따른 품귀현상 및 가격 상승으로 수급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테슬라가 새 기가팩토리 공장을 투자할 때 안정적 배터리 수급망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 공장 규모와 부지를 선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CATL과 테슬라 사이 협력 강화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테슬라는 배터리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에 대응해 올해 초부터 CATL에서 사들이는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의 탑재 비중을 늘리고 있다.
CATL의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소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에 테슬라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던 삼원계 배터리보다 소재 수급이 쉽고 원가 경쟁력도 높다는 특징이 있다.
LFP 배터리는 아직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시장에서 수요가 많지 않지만 1분기에 생산한 테슬라 차량 가운데 절반이 LFP 기반 배터리를 탑재할 정도로 활발하게 탑재되고 있다.
▲ CATL이 독일 뮌헨에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공장. |
테슬라가 새 북미 전기차공장 투자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CATL과 배터리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CATL은 현재 미국과 멕시코 등 지역에 모두 5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를 들이는 대규모 미주 배터리공장 신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투자 계획이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테슬라가 CATL 미주 배터리공장의 주요 고객사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머스크가 새 기가팩토리 투자 부지를 연말까지 확정하기로 한 점도 CATL의 새 공장 부지를 고려해 이와 인접한 지역을 선택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CATL은 이르면 9월 중 미주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와 CATL의 협력은 두 회사에 ‘윈-윈’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테슬라는 저렴한 가격에 대량의 배터리를, CATL은 해외 주요 고객사 확보를 위한 브랜드 가치 상승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CATL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 부동의 1위 기업으로 배터리 생산 능력과 기술력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미 테슬라 중국 상하이공장에 배터리를 주로 납품하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테슬라가 중국 이외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도 CATL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출시를 적극 확대한다면 CATL이 중국 내수시장 이외로 진출할 중요한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기차 전문지 CVEN포스트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주력차종 ‘모델Y’에 CATL의 신형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하고 내년부터 출시하는 계획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CATL의 기술력을 신뢰하며 전기차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머스크가 앞으로 테슬라의 중장기 전기차 생산 목표 달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CATL과 협력 관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ATL이 테슬라와 협력에 힘입어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다른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는 데도 성과를 낸다면 한국 배터리 경쟁사들이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도 있다.
머스크는 투자자행사에서 “테슬라의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제조 분야에서 찾겠다”며 전기차 생산 목표가 너무 야심차다는 증권사들의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