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동 등 일정을 진행하지 않은 데 외국언론에서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 일정을 이유로 한국을 찾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만나지 않은 일을 두고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외신에서 비판하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는 한국 정부가 자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올바른 선택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뉴욕포스트는 5일 “윤석열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한국 방문에도 휴가 일정을 취소하지 않은 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며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순방에서 대만과 일본 정상을 잇따라 만나는 일정을 진행중인 반면 윤 대통령은 다른 일정을 보내거나 집에서 휴식을 한 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윤 대통령이 미국보다 중국과 관계 악화를 더 우려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행보에 한국 내부에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 뒤 약 3개월만에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의 지지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점이 자충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윤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에 당당히 맞서겠다는 외교적 기조를 강조한 반면 펠로시 의장을 그리 환영하지 않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윤 대통령이 미국에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 지지율 반등과 국정 동력 회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윤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과 외교관계를 강화하는 데 관련해 중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 때문에 비판을 감수하고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최근 한국과 경제적 협력 관계를 두고 경고를 내놓자 중국을 달래기 위한 행보를 보이면서 한국 정부가 중국의 공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는 미국을 가까이 하고 중국과 거리를 두겠다는 확실한 태도를 강조했음에도 한 걸음 물러난 태도를 보이는 데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요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윤 대통령이 초반에 강조하던 외교 방향성을 뒤집고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 정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윤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 한국 정부가 자국의 해관계를 지키기 위한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 쪽 편을 들도록 강요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자국의 이익을 해치는 외교적 방향성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과 만났다면 미국에서 주도하는 ‘칩4 동맹’ 가입과 관련한 압박이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미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칩4 동맹은 대만과 일본, 한국이 참여하는 연합체를 결성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낮추려는 목적을 두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 중국은 이웃이자 가장 중요한 무역 협력국가”라며 “윤 대통령이 두 국가와 모두 균형 잡힌 관계를 유지하는 일을 과제로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