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는 대통령실의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의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를 바라는 국민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근거로 삼아 대형마트업계가 족쇄라고 주장하는 의무휴업 제도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하지만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 폐지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현재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민제안 톱10’의 국민투표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고 있는 제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제안은 투표가 시작된 21일 자정부터 줄곧 1위를 지켜온 만큼 31일 자정 마감되는 국민투표에서 상위 3개 우수제안에 뽑힐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실은 상위 3개 우수제안을 국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국민제안을 통해서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보였던 만큼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의도대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만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명시된 의무휴업 관련 조항은 법률에만 명시돼 있다. 대통령령으로 고칠 수 있는 시행령이나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칠 수 있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2(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 등)의 제1항은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에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 조항만 놓고 보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돼 있어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여부를 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3항은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은 이에 따라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실상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제도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의무조항이라는 뜻이다.
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21대 국회 구성을 보면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 21대 국회 구성을 봤을 때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은 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조합원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열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시도에 대한 항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유통산업발전법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모두 30명의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17명, 국민의힘 12명, 비교섭단체 1명(무소속 양향자) 등이라 국민의힘의 의지가 관철되기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역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는 점도 국민의힘에 매우 불리한 요소다.
설사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나머지 과정은 첩첩산중이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만 비로소 법 개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더불어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입법이 힘들다.
하지만 일부 제도는 개선 가능성이 있다. 대형마트도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는 대형마트업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1년 6월 대표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 매장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통신판매를 하는 경우에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을 넣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의무휴업 제도가 생긴지 10년이 지나면서 유통산업의 경쟁구도가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에서 ‘온라인 vs 오프라인’으로 바뀐 만큼 오프라인 점포에 족쇄가 될 수 있는 규제를 적극 풀어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야한다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인 윤관석 의원뿐 아니라 여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안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에 우호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점포의 의무휴업 제도 폐지 대신 업계의 숙원을 해결하는 정도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