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 가능성이 커 기업들의 대비가 시급하다. 6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 위헌 헌법소원 심판 청구' 기자회견에서 어린이들이 지구에 초록색을 입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기업의 ESG 관련 지표 공시에 있어 세계적 표준이 마련될 듯하다.
강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가 몇년 안에 의무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국내 기업들의 대비가 시급해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29일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 ‘국제재무보고기준(IFRS)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과 관련해 한국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금융위는 ISSB가 3월에 공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S1(일반), S2(기후분야) 등 초안을 놓고 국내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왔다. ISSB는 29일까지 접수된 각국의 의견을 토대로 올해 말에 S1, S2 최종기준을 공표할 예정이다.
ISSB는 IFRS재단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별도 기구다. ISSB에서 제정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은 국제회계기준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ESG 공시’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이 마련될 때까지 한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제출할 의견은 기업의 부담, 한국의 법 개정 필요성 등을 고려해 준비시간 부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뼈대를 이룬다.
그리고 기후분야(S2) 공시 가운데 온실가스 배출 공시를 놓고는 새로운 제안을 내놓는 등 적극적 대응 태세를 보이고 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의 범위는 스코프(scope)1(직접배출), 스코프2(간접배출), 스코프3(외부배출)로 구분된다.
스코프1은 사업자의 직접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스코프2는 사업자의 제품 생산과정 등에서 사용되는 열과 전기에너지의 발전으로 발생하는 간접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뜻한다. 스코프3는 해당 사업자 외에 협력사의 활동을 비롯해 제품의 사용 및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미한다.
ISSB의 기후분야 초안은 공시의무 대상기업에 기업의 규모 등과 관계없이 모두 스코프3 수준의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문제를 두고 “비용과 효익의 균형을 고려해 스코프3 공시는 해당 정보가 중요한 특정 산업에서만 요구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중소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의 적용을 제외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한다.
금융위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놓고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의 강도를 낮추려는 것은 한국의 산업구조를 고려한 때문이다.
한국은 산업구조상 제조업 비중이 높아 강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가 표준으로 결정되면 국내 기업들의 부담이 커진다.
금융위는 한국회계기준원(KAI)과 함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마련 움직임에 대응해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ISSB의 출범 때부터 꾸준히 공을 들여 왔다.
금융위 등의 노력으로 백태영 성균관대학교 교수가 14명의 ISSB 초대위원 가운데 한 명으로 선임되고 올해 10월에 비유럽권 국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서 IFRS재단 총회가 열리는 등 IFRS재단 내 한국의 위상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IFRS재단을 비롯해 ISSB 등에서 유럽 쪽의 목소리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강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공시 의무화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유럽은 지난해부터 파리기후협정에 따른 NDC(국가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고철 수출을 통제하는 등 환경규제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에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등 ESG 관련 규제의 강화는 피하기 어려운 흐름인 만큼 국내 산업계가 미리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지난 6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산업계에 전방위적 영향을 미칠 지속가능성 공시는 의무화까지 4~5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납품처와 투자자가 많은 대기업들은 선제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는 산업계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단계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 제도를 도입하되 기업들은 앞으로 5년, 10년 후 산업의 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