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왼쪽)가 2021년 10월 경기도 오토랜드 광명에서 열린 '안전·건강·환경 일터 조성을 위한 노사 공동 선언식'에서 조조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아>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의 '맏형' 현대차가 무분규로 올해 단체교섭을 타결하면서 기아 역시 단체교섭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준영 기아 대표이사는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지난해 무파업 단체교섭 타결을 이끌어냈는데 올해도 가능할지 주목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기존 예상과 달리 올해 단체교섭을 파업 없이 매듭지으면서 기아에서도 역시 무파업 교섭 타결이 이뤄질 수도 있어 보인다.
애초 현대차의 단체교섭에서 최대 쟁점으로 고용안정을 위한 노조의 국내 미래차 공장 신설 요구가 꼽혔다. 이를 현대차에서 전격적으로 받아들이며 단체협약 타결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이와 달리 기아는 이미 5월에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전용전기차 공장 건설계획을 확정해 노조와 단체교섭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을 이미 넘어온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했었다. 그런데 현대차 노사가 단체교섭 타결을 이뤄내면서 기아 노조가 홀로 투쟁을 이어갈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최준영 대표는 지난해 기아 노조와 모두 13차에 이르는 본교섭을 벌이는 등 치열한 협상을 진행해 파업 일보 직전에서 단체교섭 타결을 이뤄냈는데 올해 협상은 지난해보다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와 공동으로 올해 단체교섭에서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으로 지급 등을 담은 요구안을 마련했다.
이밖에 조합원의 건강검진 확대 적용 및 근골격계와 재해발생시 대책 마련과 각종 예방접종 확대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이에 사측은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는 원론적 답을 내놓으며 교섭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기아 안팎에서는 올해 단체교섭이 험난할 것이라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기아의 주요시장인 미국 재고가 역대 최저 수준이어서 노조가 회사측을 압박할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아의 7월 기준 미국 시장에서 재고는 18일이다. 추가 생산이 이뤄지지 않을 때 18일이면 재고가 다 떨어진다는 의미다. 기아의 현지 미국시장에서 재고 수준은 공급과잉과 수요초과를 가르는 기준인 최적 재고 70~80일은 물론이고 역시 최저치를 기록 중인 현대차의 34일보다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곧바로 판매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 최 대표로서는 파업 가능성에 대한 부담이 어느때 보다 클 수밖에 없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중국 봉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낮은 재고 수준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 대표가 무분규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 기아는 2020년 노조의 4주간 부분파업으로 5만 대에 육박하는 생산차질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데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역대급 실적을 낸 것으로 추산되는 점도 최 사장으로서는 단체교섭 타결 과정에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인상을 바라는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노조의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홍성진 기아 노조 지부장은 최근 소식지를 통해 "올해 단체교섭에 3만 조합원의 기대가 높은 만큼 사측은 지난해 최대 실적에 맞는 최대 성과로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지난해 기아 단체교섭을 무파업으로 이끌었다. 기아차 광주지원실장과 광주총무안전실장, 노무지원사업부장 등 임원 생활 전부를 노무분야에서 일한 기아의 대표적 노무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