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제2차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파업이 48일째 이어지면서 공권력 개입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파업에 완강하게 반대하는 태도를 보여줬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도할지 주목된다.
19일 정치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가 6월18일부터 옥포조선소 제1도크(산벅건조장)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면서 피해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산업현장에 있어 또 노사관계에 있어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에 엄정 대응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정부 개입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여겨진다.
정부 대응을 총괄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법과 원칙’을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나타내왔다.
한 총리는 18일 윤 대통령에게 “파업 장기화로 조선업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대우조선 노사 및 협력업체, 지역 공동체가 큰 고통을 받고 있다”고 보고한 뒤 대우조선해양 파업 대응을 위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했다.
관계장관회의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5개 부처 장관이 참석했으며 담화문을 발표했다.
5개 부처 장관들은 공동 담화문에서 “업무 시설을 배타적으로 점거한 하청노조의 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며 재물손괴 등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지금과 같은 불법적 점거 농성을 지속한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 14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도 “위법한 행위가 계속된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전부터 노조의 불법 파업에는 강경하게 대응해야한다는 생각을 피력해왔다.
한 총리는 6월5일 파업을 예고한 화물연대를 겨냥해 “화물연대 파업은 국민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될 것”이라며 “법을 위반한 행위는 철저하게 엄단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제부총리 시절인 2005년 아시아나항공 파업으로 수천억 원의 직간접적 피해와 수출차질이 발생했다고 비판했고 화물연대 파업에 유류 보조금 차단을 시사하며 "불법 행위에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2007년 국무총리 시절에는 노조가 파업해도 공익사업장에서 최소한의 필요 인원을 유지하도록 하는 필수유지업무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을 마련해 노조 파업권을 약화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한 총리가 과거처럼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는 초강수를 꺼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총리는 2005년 아시아나·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 김대환 노동부장관에게 긴급조정권 발동을 지시해 파업을 무력화시킨 바 있다.
긴급조정권은 국민경제에 큰 영향력이 있는 사업장에 노동쟁의 행위가 발생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제도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해당 사업장 노조는 즉시 파업을 중단해야 하며 30일 동안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노조가 이를 어기면 불법으로 간주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4일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해 “긴급조정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이 강경대응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어 긴급조정권 발동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19일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현장 상황을 파악할 것으로 알려지며 경찰병력 투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경찰병력이 투입되면 물리적 충돌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대우조선해양 파업이 정부와 노동계의 전면전으로 커질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우조선 하청노조 조합원 6명은 좁은 계단으로 연결된 구조물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다만
이정식 장관이 이날 오후 파업 현장을 찾아 노사를 각각 면담하기로 하는 등 대화를 통한 해결의 끈도 아직 놓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대우조선해양 파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공권력 투입이 아닌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에 관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며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조정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