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강남구의 삼계탕 전문점에서 손님들이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런치플레이션(lunch+inflation).' 점심 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용기'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초복을 하루 앞둔 15일 정오 무렵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먹자골목 안 유명 삼계탕 전문점 앞에서 가격표를 쳐다본 한 직장인은 "이제 용기를 내서 먹어야 할 것 같다"는 혼잣말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말 그대로 초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복날 대표적 '국민 보양식'으로 꼽히는 삼계탕 가격이 전국 평균 1만5천 원에 육박하고 있다. 삼계탕 애호가들마저 쉽사리 지갑을 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전국 삼계탕 외식 평균 가격은 올해 6월 기준 1만4356원으로 1년 전 1만3553원보다 5.9%가 상승했다.
삼계탕 가격 인상의 주 요인으로 식자재(닭고기) 가격 상승이 꼽힌다. 축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닭고기 도매가는 ㎏(킬로그램) 당 4064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건비 상승의 영향도 무시하긴 어렵다. 올해 최저임금은 9160원으로 지난해보다 5.0% 오르며 삼계탕 전문식당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외식 삼계탕 가격이 만만치 않은 수준으로 오르자 복날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유명한 식당을 찾아가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대신 집에서 간편하게 삼계탕을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가정간편식(HMR) 삼계탕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가정간편식 삼계탕 제품은 대부분 소비자 가격이 1만 원대 이하로 형성돼 소비자들은 적은 부담으로 즐길 수 있다.
가정간편식 제품의 선전은 판매량이 증명하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간편 비비고 삼계탕’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늘었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삼계탕’은 6월 판매량이 10만 개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7% 성장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늘어난 삼계탕 수요를 잡기 위해 가정간편식 삼계탕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1일 ‘비비고 누룽지닭다리 삼계탕’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닭다리와 안심 부위로 상품을 구성해 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기존의 제품과 비교해 낮은 가격이 특징이다.
사조대림은 지난달 23일 맵고 칼칼한 맛을 추가한 ‘대림선 24/7 빨간삼계탕’을 출시하면서 매운 음식을 선호하는 MZ세대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가정간편식 삼계탕 제품도 호텔업계를 통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조선호텔 삼계탕’을 5월 말 출시했고 워커힐호텔앤리조트도 ‘워커힐 전복 삼계탕’을 선보였다.
조선호텔 삼계탕의 가격은 1만1900원, 워커힐 전복 삼계탕의 가격은 3만4천 원으로 다른 가정간편식 제품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고급화 제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색제품을 출시한 기업도 있다. 삼양식품은 6일 보양식 라면인 ‘흑삼계탕면’을 선보였다. 이 라면은 9월까지만 한정판매된다. 흑갈색 국물이 눈에 띄는 이 제품은 삼계탕의 풍미와 맛을 구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국내 간편식 시장규모가 2016년 2조2700억 원에서 2022년 5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 증가 추세와 함께 최근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외식보다 가정간편식을 찾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