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8일 일본 나라현에서 피습당하기 직전 참의원 선거 지원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피습당해 사망했다. 향년 67세.
아베 전 총리는 8일 일본 나라현에서 참의원 선거 지원 연설을 하다 해상자위대 출신 야마가미 데쓰야씨가 발사한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아베 전 총리는 역대 일본 총리 중 가장 긴 임기를 지냈다. 2006년 처음 총리에 올랐으나 다음해 사임했다. 이후 2012년 다시 총리로 취임해 96대, 97대, 98대 총리를 연달아 맡았다.
일본 정계에서는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10일부터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번 선거에서는 참의원 248명 중 절반인 125명이 새로 선출된다.
7월 초 현지 여론조사에서는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63석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헌법 개정과 국방예산 증대 등 보수 강경론을 내세우던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만큼 선거에서 보수 여당 쪽으로 더 많은 표가 쏠릴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서 회장으로 추대되며 아베파를 새로 이끄는 위치에 올랐다. 아베파 수장에 오른 자리에서 “개헌은 자민당 출범 이래 당의 목표였다”고 할 정도로 헌법 개정을 강조했다.
전쟁과 무력 보유를 금지하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해 그동안 위헌 논란이 있었던 자위대의 법적 근거를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공공연히 일본 재무장을 시사했던 만큼 재임기간 한국과 일본 관계를 개선하는 데 거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위안부가 일본제국군에 의해 강제적으로 동원된 증거가 없다”,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해 사형판결을 받은 인물이다”는 등 한국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 잦았다.
특히 2019년에는 한국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에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정책적으로는 침체된 일본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양적완화 중심 경제정책 ‘아베노믹스’를 추진한 주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가 실제로 경제 회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기시다 내각 출범 당시인 2021년 10월 '일본의 기시다 내각 출범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아베 내각 출범 후 기업실적 개선, 주가상승 등 일부 성과는 있었다”며 “그러나 약 8년 동안 금융완화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하회한 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에는 다시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산되고 있고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전 총리가 물러난 뒤에도 아베노믹스에 기반한 통화정책을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베 전 총리의 사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아베노믹스에서 기인한 양극화가 원인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는 만큼 경제정책에도 변화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일본 증시는 이날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이 전해진 뒤 상승폭이 크게 줄어들기도 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