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세가 올해 2분기에 한풀 꺾이면서 2022년 전체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2분기 주력 사업인 반도체에서 선방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최근 반도체 재고가 쌓이고 있어 하반기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이날 발표된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최근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계속해서 경신해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어닝쇼크(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았다.
삼성전자는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7조 원, 영업이익 14조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컨센서스였던 매출 77조2천억 원, 영업이익 14조6천억 원에는 소폭 못 미쳤지만 2분기 소비둔화가 본격화된 점을 살피면 기대 이상으로 양호한 성적을 낸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7일 장중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우선주 주가도 전날보다 3%씩 안팎에서 오르고 있다.
이날 사업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가 실적 선방의 주역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분기 DS(반도체)부문이 11조4억 원, MX(모바일)/네트워크부문이 3조3천억 원, 가전/TV부문이 8천억 원, SDS(삼성디스플레이)가 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김 연구원의 추정치대로라면 DS부문만 1분기와 비교해 영업이익이 19.5% 증가했다. 반면 모바일, 가전, 디스플레이사업에서는 모두 영업이익이 10% 이상 줄어들었다.
사실상 반도체가 삼성전자를 살린 셈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은 2분기 D램 출하량이 1분기보다 5%가량 증가하며 판매가격 하락(-1%)을 상쇄하고도 남았고 낸드플래시는 출하량이 7% 감소했지만 판매가가 2% 상승하며 수익성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시스템LSI사업부도 물량과 판매가격 모두 개선돼 2분기에만 약 9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됐다.
삼성전자가 8일 메모리사업부·시스템LSI사업부·파운드리사업부에 2022년 상반기 성과급으로 월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호실적을 반영한 조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하반기에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5월 한국의 반도체 재고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53.4% 증가했다. 54.1%가 증가했던 2018년 3월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로 이는 반도체 생산량에 비해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는 5일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가격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3분기 글로벌 D램 가격이 10% 이상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D램을 주력 제품으로 둔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하반기부터는 크게 악화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가 가격인하 정책보다는 생산량 조절을 통해 재고를 관리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기적 관점에서 반도체 생산과 투자 정책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며 경기 둔화를 반영한 설비투자 감소 기조, 메모리 재고이월 전략 등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3분기 부문별 수익성 등락이 혼재되며 전체 이익이 2분기와 유사한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