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8월18일 중국 공업정보화부 관계자들이 중국 최대 반도체장비 업체 나우라(북방화창)에 방문했다. <나우라>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의 중국 반도체기업 규제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공을 들인 반도체장비 국산화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까지 위협을 받게 됐다.
◆ 더방증권 “반도체장비 국산화율 상승, 수요 증가에 힘입어”
7일 중국 더방증권의 ‘반도체장비 산업리포트’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중국 반도체기업 20곳의 반도체장비 공개 입찰에서 낙찰된 중국산 장비 비중은 32%로 집계됐다.
2021년 연간 기준으로 중국산 반도체장비 국산화율은 21%에 그쳤는데 올해 상반기에는 이보다 1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상반기 중국 국산화율이 30%를 넘은 반도체장비는 애셔, 세정, 식각, 화학기계연마(CMP) 등 장비였으며 국산화율이 10~30% 사이에 이르는 반도체장비는 열처리, 박막증착, 테스트 등 장비였다.
애셔 장비의 중국 국산화율은 88%로 가장 높았고 노광 장비의 국산화율은 아직 0%에 가까워 캐논, 니콘, ASML 등 해외기업 제품으로 채워졌다.
중국이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반도체장비 분야에서 자체 공급망 구축에 성과를 냈으나 연구개발이 쉽지 않은 노광 장비, 이온주입 장비 등에서는 아직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방증권은 올해 상반기 중국산 반도체장비 매출 증가율이 전 세계 반도체장비 매출 증가율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 수요가 위축돼 반도체 생산 투자도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전기차와 고압전력 등 분야에서 쓰이는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데 따라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의 반도체 생산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에 중국 반도체 대기업들의 신축 공장 여러 곳이 완공을 앞두고 있어 중국산 반도체장비 수요는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더방증권은 니케이아시아 보도를 인용해 중국 낸드플래시 반도체 업체 YMTC의 두 번째 공장이 올해 말에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반도체장비를 반입하고 설치하는 단계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YMTC 신공장의 월간 생산능력은 반도체 웨이퍼 기준 20만 장으로 예상되며 이는 기존 공장의 2배 규모로 알려졌다. 관련 반도체장비 입찰은 이미 시작됐고 10월에 모두 인도된다.
▲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공정 장비 이미지. |
◆ 반도체 굴기 꿈꾸는 중국, 미국 규제 계기로 속도 올려
중국이 반도체장비 자급체제를 구축하는 데 빠르게 성과를 내게 된 것은 미국의 규제에 따른 '전화위복'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기술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해 자급률을 높이는 목표를 두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규제가 중국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시장 성장에 기폭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중국 국무원과 공업정보화부(공신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기 위해 모두 3428억5천만 위안(약 67조 원) 규모의 국영펀드인 ‘국가 반도체산업 투자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설계, 제조, 장비, 재료 등 분야에 투자했다.
중국이 이를 통해 세계 반도체 주도권을 목표로 경쟁력을 키우자 본격적으로 미국의 견제가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2020년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 등을 포함해 270곳이 넘는 중국 하이테크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산 신형 반도체장비 구매를 규제했다.
중국 전망연구소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이 때까지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장비 자급률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었다.
중국 당국은 미국 규제를 계기로 다급하게 반도체장비 국산화를 이뤄야 한다고 선언했고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연구개발 및 생산투자 지원을 지속한 결과 자급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 수 년 동안 현지 반도체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반도체장비 자급화 및 투자 지원이 계속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단기간에 한국과 미국, 대만 등을 위협할 만큼의 반도체 기술력을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안심하기도 쉽지 않다.
YMTC의 낸드플래시 사업 진출은 아직 수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기술 발전에 성과를 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기술 격차를 현재 2년 정도까지 단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이런 성장 속도를 유지하고 반도체장비 자급체제 구축을 통해 미국의 규제 영향도 극복한다면 전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한국을 위협할 정도의 입지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노이서 기자
[편집자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 아래 두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여러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성장 전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노이서 중국 전문기자의 [차이나in리포트]는 중국 증권사들이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리포트를 통해 중국 핵심 산업과 기업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의미를 파헤져 한국 및 전 세계 정부와 기업, 시장 참여자들이 중국의 발빠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