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공정 참고용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쇼와덴코가 반도체소재 가격을 재차 인상하고 가격을 높이기 어려운 일부 소재는 공급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일본산 반도체소재 공급망에 더 큰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일본 수출규제 이후 반도체소재 국산화에 힘써온 성과가 앞으로 원가 상승을 방어하는 데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쇼와덴코는 엔화 약세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을 반영해 반도체소재 가격을 추가로 인상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쇼와덴코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 등을 글로벌 고객사들에 주로 공급하고 있는데 원재료와 에너지 가격 상승이 반도체소재 생산 원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쇼와덴코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소한 2023년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고객사들이 가격 인상의 부담을 나눠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쇼와덴코가 반도체소재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니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이미 일부 소재에 20~30% 수준의 단가 상승이 이뤄졌다.
더 나아가 가격 인상이 어렵고 수익성이 낮은 일부 반도체소재 공급은 축소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악영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일본 토요증권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쇼와덴코 이외에 다른 일본 반도체소재 및 부품업체들도 원가 인상분을 반영해 가격 인상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최근 고객사들에 반도체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도 일본의 소재 공급가격 상승에 따른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에너지 및 원료 수급 차질이 장기화되고 엔화 약세도 지속되는 한 일본 반도체소재 및 부품 전문기업들의 가격 인상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자연히 일본 반도체소재 및 부품, 장비 수급에 의존이 높은 대만과 한국 반도체기업들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 불화수소를 활용하는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식각(에칭)공정 안내. |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한국 반도체기업들은 일본 반도체소재 공급망 불안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이 한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하고 핵심 반도체소재 및 부품, 장비 수출규제를 결정한 2019년부터 이미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반도체 공급망 자급체제 구축 노력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한국 반도체기업 협력사를 중심으로 소재와 부품, 장비 기술력 및 공급 능력 확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업도 이런 노력에 꾸준히 동참해 왔다.
일본이 수출규제를 해제하더라도 여전히 무역 갈등과 같은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결국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해야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기업들의 이런 노력은 쇼와덴코의 반도체소재 가격 상승과 같은 예기치 못한 변수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니케이아시아는 최근 한국 정부가 약 3년 동안 진행해 온 반도체소재 자급체제 구축에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일본산 소재 수입이 2020년에 크게 줄었지만 2021년부터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여 일본에 다시 의존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니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공장 가동 중단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도 자급체제 구축 노력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일본 반도체소재 및 부품 가격 상승에 따라 다시 시험대에 놓이고 있다.
소재와 부품 등 수입에 들이는 비용 증가에 따른 영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지가 그동안 진행해 온 자체 공급망 구축 노력의 성과에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 자급화가 순조롭게 이뤄졌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이 대만이나 미국 경쟁사보다 원가 경쟁력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 부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원가 경쟁력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더욱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니케이아시아는 “한국의 반도체 소재 자급화는 일본 협력사들에 큰 타격을 안길 잠재력이 있다”며 “일본과 외교관계가 개선된다고 해도 한국이 자급체제 구축 노력을 멈출 이유는 없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