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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 잇따라 울린 CJCGV, 무리한 인력 감축이 부른 경고음

정희경, 박소망 기자  huiky@businesspost.co.kr 2022-07-04 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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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경보 잇따라 울린 CJCGV, 무리한 인력 감축이 부른 경고음
▲ CGV청담씨네시티. < CJCGV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로 인력을 크게 줄인 CJCGV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던 CJCGV가 2020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영화 관람 요금을 올리며 수익성 개선에 힘쓰고 있는 반면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현장 인력 충원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극장업계에 따르면 영화관 CGV에서 최근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거나 경보기 오작동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는데 관람객들의 안전을 위한 CJCGV 측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6월29일 오후 9시30분경 CGV왕십리점에서 화재경보가 울려 소방차가 출동하고 영화를 관람하던 관객이 모두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고 경보기 오작동에 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틀 전인 6월27일 오후 8시20분경에는 CGV청담씨네씨티점 건물 옥상에서 실제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불로 영화관 관객 45명이 대피했다. 화재는 옥상에 설치된 에어컨실외기가 과열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당시 극장 안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 관람객은 자신의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글에서 화재 발생 당시 관객들에게 대피할 것을 안내한 사람은 영화관 직원이 아닌 경찰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탑건 그 마지막 30분쯤 클라이막스 알지? 그때 갑자기 누가 스크린에 플래시 쏴서 와 이젠 살다살다 이런 관크(관객크리티컬, 관람방해행위)도 당해보는구나 했는데 경찰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CJCGV 측의 부실한 대응의 원인으로 현장에 배치된 인력 부족이 꼽힌다.

코로나19 탓에 영업 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CJCGV 측은 일부 지점 폐쇄를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근무 인력도 큰 폭으로 감축했다. 

CJCGV는 2020년 2월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직영점 30%의 일시 영업 중단에 들어갔고 희망퇴직과 자율 무급휴직 및 급여 반납 등도 실시했다. 

CGV 각 지점에는 정규직 사원과 함께 '미소지기'로 불리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배치돼 있다. 

미소지기는 계약 기간에 따라 기간제 아르바이트생과 희망하는 시점까지 근무가 가능한 무기계약직 아르바이트생으로 나뉜다. 미소지기들은 주로 티켓 발권, 매점 운영, 상영관 안내 및 티켓 확인 등의 업무에 투입된다.

CJCGV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CJCGV 전체 아르바이트생 수는 2102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62.8%가 줄었다. 특히 기간제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329명으로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83.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CJCGV 측이 지점 현장 근무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특히 대폭 감소한 근로자는 정규직 사원이 아닌 단기계약직인 기간제 아르바이트생들이었다.

2019년 말 기준 2010명이었던 기간제 아르바이트생 수는 2020년에 200명 미만으로 떨어졌고 2021년 말 기준으로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4분의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간제 아르바이트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CGV 지점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A씨는 "인력 부족으로 모든 직원들이 (원래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도와주고 있어서 사고가 일어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인원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른 아르바이트생인 B씨는 "매점에서 혼자 근무할 때는 안전 문제를 담당할 인원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아르바이트생 C씨는 "(인력부족으로) 기존 업무인 상영관 내부 점검을 하지 못해 청소를 담당하는 직원이 퇴장 지원을 하는 등 업무에 혼선이 생기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5월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CGV의 안전 문제를 경고한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익명의 한 이용자는 '지금 시키는 그 팝콘, 직원들 수명 갉아 내 드린겁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서 “불이 나도 안내할 직원이 없다. 인원이 적어서 없다고 하는 거 아니다. 진짜 존재하지 않는다"며 "화재, 안전문제, 그 어떤 사건사고가 터져도 지금 해결 못해드린다”고 말했다. 
 
화재경보 잇따라 울린 CJCGV, 무리한 인력 감축이 부른 경고음
▲ 1일 방문한 CGV청담씨네시티점의 풍경. <비즈니스포스트>

실제 CGV 지점 현장에서 확인된 인력 부족 상황은 뚜렷했다. 

1일 방문한 CGV왕십리점에서 눈으로 확인된 직원들은 모두 5명이었다. 매점에서 3명, 상영관 입구에서 관객들을 맞이하는 2명이 전부였다. 

같은날 CGV청담씨네시티도 상황은 비슷했다. 3명은 매점에서 팝콘 등을 준비하고 있었고 티켓 부스에 1명까지 현장에서 확인된 직원 수는 모두 4명이었다. 

이에 대해 CJCGV 관계자는 "각 영화관에는 영화관별 관객 수, 규모 등 지점별 특성을 고려해 인력 배치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상대로 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미소지기들은 업무를 시작하기 전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교육을 받는 것 이외에는 안전교육이 부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CJCGV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수시로 안전 교육을 하고 있고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대피했지만 순차적으로 대피하는 과정에서 고객들께서 느끼시는 불안감은 크셨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빠르게 보완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CGV왕십리점에서는 감지기가 오작동으로 확인됐지만 정확한 오작동 원인을 파악하고 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었다"며 "CGV청담씨네시티점의 경우는 실외(옥상)에서 불이 난 것으로 연락을 받은 후 곧바로 조치했고, 화재가 완전하게 진압되기까지 10여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전 전문가들은 안전 인력이 감소할 경우 기업의 전체적인 안전 대응 역량 역시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CGV청담씨네시티점의 경우 옥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를 대응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CGV왕십리점의 경우 (내부여서) 화재경보가 울리자마자 빠른 파악이 가능한데도 25분이 걸렸다는 것은 확인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대피 시간이 지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안전성의 경우 전문성이 약한 사람이 안전을 맡는다든지, 설사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인원수가 부족하면 안전 대응 역량이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희경 박소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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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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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생님 제자2
박선생님 기사 읽고 감~   (2022-07-16 19:46:13)
박선생님 제자 1
-박선생님 제자 읽고감-   (2022-07-16 19:45:33)
나리아빠
기자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기사네요.. 안전보다 중요한건 없겠죠..
   (2022-07-08 10:01:10)
너리아빠
기자의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기사입니다.. 안전보다 중요한건 없겠죠..   (2022-07-08 09:58:32)
쿠쿠리
7월4일에 CGV고양행신점에서도 동일한 사건 일어남.
오후 8시 즈음에 화재경보기 울리고 상영취소되고 환불조치됨.
결국 화재경보기 오작동에 의한 것임.
   (2022-07-05 00: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