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6월29일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동행해 외교 무대에 데뷔하면서 활동 범위를 대폭 넓혔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존재감이 드러났다는 평가와 함께 현재 비공식적 수행 방식이 낳을 수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영부인 수행 조직을 부활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인 것을 두고 긍정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1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나토 순방의 성과를 두고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말하면서 김 여사에게는 “100점 만점에 90점”이라고 호평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프로그램에 나와 “김 여사는 다른 정상 부인과 친분을 쌓는 등 국제무대 데뷔전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전여옥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순방에서 김 여사는 기대이상이었다”며 “단정한 의상과 태도로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바라봤다.
김 여사는 6월28일 스페인 국왕 내외 주최 만찬, 29일 스페인 교포 만찬 간담회 등에 참석했다. 스페인 왕실에서 주최한 별도의 공식 배우자 프로그램도 소화했다. 나토 순방 이전까지는 역대 영부인들을 모두 예방한 것을 비롯해 공개석상에서 연설을 하는 등 일주일 동안 7건에 이르는 대외 활동을 했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김 여사가 국내에서 활동 폭을 한층 더 넓힐 수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여사의 행보는 이제 (사람들이)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반면 첫 외교무대 동행에서 아쉬운 모습이 없지 않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영부인 지원 부서인 제2부속실의 필요성에 다시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30일 CPBC라디오 ‘오창익의 뉴스공감’에서 김 여사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각국 영부인들과 촬영한 한 단체 사진에서 구석에 위치했던 것을 언급하며 “어떻게 대한민국 영부인을 이런 자리에 배치하도록 놔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나토 순방 중인) 김 여사를 누가 수행하고 있는 것인지 영부인의 외교 일정, 공식 일정, 만찬 참석 일정 등의 수행을 과연 어떤 분들이 하고 계시는지 궁금하고 거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얼마 전 김 여사의 공식·비공식 일정이 크게 늘면서 기존 부속실에 김 여사 전담 인력을 배치해 ‘배우자팀’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 따라 폐지된 제2부속실 역할을 사실상 이 조직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2부속실과 같은 별도의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데이터리서치가 27일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거 부속실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18.5%, 부속실은 아니더라도 담당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42.0%로 높았다. 조직이나 부서가 필요 없다는 의견은 32.0%에 그쳤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공약을 없던 일로 하기 어려운 만큼 제2부속실 부활은 쉽지 않다.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비리 의혹 역시 해소되지 않고 있어 김 여사의 공식행보를 향한 여론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기자들의 질문에 “개인적으로 제2부속실 설치는 공약 파기이기에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게 맞다”며 “부활하지 않더라도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제2부속실 설치와 관련한 언론의 질문에 “대통령이 그렇게 쉽게 (제2부속실을) 부활시킬까”라며 “대통령이 고집이 좀 세지 않느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 여사는 이번 나토 순방 과정에서 드러난 것처럼 숱한 화제를 뿌리며 언론을 장식하고 있고 이를 증명하듯 여러 논란도 같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을 우회적으로 부활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차라리 더 큰 문제를 막기 위해 제2부속실을 다시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김 여사가 6월13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직후 동행인물 가운데 한 명의 신원이 파악되지 않으면서 ‘비선 실세’, ‘무속인’ 등 논란이 나온 게 대표적이다. 보안이 유지돼야 할 사진들이 대통령실 공보라인을 거치지 않은 채 개인 팬클럽이나 언론에 노출돼 파장이 일기도 했다.
김 여사의 일정 관리에도 빈틈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는 6월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마당에서 열린 주민 초청 행사에 윤 대통령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몇 시간 앞두고 불참을 결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김 여사가 따로 챙겨야 할 일이 있어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지만 김 여사의 구체적 일정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해 일정을 확인해줄 수도 없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장경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김 여사 일정 대응 등에 미흡한 점을 지적하며 “제1부속실은 대통령 일정을 수행해야 하고 또 대통령이 알고 있는 안보 정보는 영부인과 공유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분리해서 제2부속실을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은 공약 파기가 될지라도 제2부속실을 부활시켜 ‘영부인 리스크’를 공적으로 관리하라고 촉구했다.
대통령 배우자는 정치적 영향력과 비교해 지위나 역할에 관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마음만 먹으면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2부속실 부활 필요성에 힘을 싣는다.
신동아가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2017년 서울과 경기 및 5대 광역시 국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3%는 ‘(대통령 부인은) 권력형 비리에 연루될 수 있다’고 답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