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성폭력 논란의 파장이 지역사회뿐 아니라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번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어 이를 수습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사내 성폭력 논란이 최근 일어난 뒤 두 차례 사과문을 내면서 관련자 문책과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역사회 등의 비판 여론이 여전히 들끓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고 성폭력 사건에 관련된 직원 4명과 관련해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경찰 수사에 관계 없이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6월28일 성폭력 사건 관련 직원의 관리 책임을 물어 관련 임원 6명을 중징계 처분했다.
김 부회장은 조직문화와 사내 성윤리 인식 수준을 진단하고 앞으로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력한 ‘선 인사조치, 후 조사 룰’을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런 조치에도 시민사회에선 포스코가 사건을 수습하는데 급급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전국 35개 여성 관련 시민단체는 28일 고용노동부 포항고용노동지청 앞에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가 사과문을 통해 그동안 성희롱 방지에 엄격히 대응해왔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포스코 직장 내 성희롱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강력히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더구나 이번 사태의 최종 책임이 그룹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의 최정우 회장에게 있다는 지역 시민단체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 김 부회장으로서는 부담이 커지고 있다.
포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조만간 서울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퇴진 운동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 날짜를 정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최정우 회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이 지금처럼 침묵할 것이 아니라 사과해야한다”고 말했다.
경북사회연대포럼 등 포항 6개 시민·노동단체도 공동성명서를 내고 포스코의 비윤리적인 경영 실태를 지적하면서 최 회장의 공개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이번 성폭력 문제는 계열사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포스코 외 다른 계열사에서도 성희롱 피해자가 노조에 상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룹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큼 최정우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재계 6위 포스코그룹에서 1992년 뒤 30년 만에 처음으로 부회장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올해 3월 포스코홀딩스 체제 출범 뒤 주력 철강사업 자회사 포스코의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 첨단소재그룹으로 도약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야 중책을 맡았다.
더구나 하반기 철강업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김 부회장은 이번 성폭력 사태를 수습하고 포스코의 조직문화를 재계 주요기업의 위상에 어울리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포스코그룹이 계열사 대표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한 만큼 이번 성폭력 사태를 제대로 수습해 더 이상의 기업 이미지 추락을 막아야 하는 일은 김 부회장 개인에게도 중요하다는 시선도 많다.
포스코 사내 성폭력 문제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A씨가 6월7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피해 여직원은 술자리에서 자신을 추행한 직원 3명도 함께 경찰에 고소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