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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비용 들고 고객은 헷갈리는데, 금융사가 '간판' 바꾸는 속내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2-06-30 16: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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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금융사들이 올해 들어 유독 회사이름이나 기업이미지(CI)를 바꾸며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4월 통합브랜드(BI) ‘삼성금융네트웍스(Samsung Financial Networks)’를 출시한 데 이어 30일 각 계열사별 새 기업이미지(CI)를 공개했습니다.
 
[백브리핑] 비용 들고 고객은 헷갈리는데, 금융사가 '간판' 바꾸는 속내
▲ 삼성그룸 금융계열사의 새로운 기업이미지(CI).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이사회에서 사명 변경을 의결해 7월1일부터 하나증권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씁니다.

대신금융그룹은 6월 중순 창립 60주년을 맞아 대신파이낸셜그룹으로 이름을 바꿨고 KTB금융그룹은 3월 다올금융그룹으로 새 출발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현재 사명을 신한증권이나 신한투자증권 등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수합병 이후 회사이름을 바꾸고 이에 따라 새로운 기업이미지나 브랜드를 꺼내드는 경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앞에 예를 든 금융회사의 변화는 그런 경우가 아닙니다. 이들은 모회사나 최대주주 지분이 단단한 상황에서도 이름과 기업이미지를 바꾸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짐작되시겠지만 금융사가 기업이미지나 회사 이름을 바꿀 때 드는 비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명함이나 유인물을 바꾸는 것은 물론 국내외 사업소와 지사의 간판도 싹 다 갈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TV 광고도 하고 브랜드 관련 무형자산 평가도 다시 해야 합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해 1분기 미래에셋대우에서 미래에셋증권으로 회사이름을 바꾼 뒤 인식한 1회성 비용은 566억 원에 이릅니다.

이렇게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데도 금융사들은 왜 이처럼 기업이미지나 회사이름에 변화를 꾀할까요?

최근 기업이미지나 회사 이름을 바꾼 금융사들이 하나 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새 출발’입니다.

이날 나온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보도자료만 놓고 봐도 “New 삼성 금융으로의 새로운 출발(Grand Open)”을 강조했습니다.

여러 금융사들이 올해 들어 유난히 옷을 갈아입고 새 출발을 하는 데는 코로나19 상황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고 엔데믹시대가 시작돼 다시 한 번 일상생활의 변화가 찾아오는 지금이야말로 브랜드 전략 변화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심기에 적기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혁신 이미지도 덤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요즘 업종을 불문하고 중요한 고객이 되고 있는 MZ세대는 서비스나 상품 선택 과정에서 그 안에 녹아 있는 변화나 혁신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금융사들 역시 MZ세대의 관심을 받기 위해 각종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에서 기업이미지나 회사명 변경은 그 자체로 변화의 노력으로 비춰져 혁신의 이미지를 더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모두들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옷을 찾는 상황에서도 각 그룹의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속내는 조금씩 달라 보입니다.

우선 올해 가장 먼저 회사이름을 바꾼 다올투자그룹을 보면 ‘이병철 회장시대’ 새 출발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병철 회장은 2018년 KTB투자증권의 최대주주에 올라 KTB금융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지난해 3월 회장에 올랐습니다.

이후 유진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기존 사업에 저축은행을 더하며 지난해 말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모습을 갖췄습니다.
 
[백브리핑] 비용 들고 고객은 헷갈리는데, 금융사가 '간판' 바꾸는 속내
▲ 다올금융그룹 계열사.

‘다올’은 하는 일마다 복이 온다는 순우리말입니다. 동시에 이병철 회장이 2004년 국내 최초의 민간 부동산신탁회사를 차릴 때 썼던 이름이기도 합니다.

다올은 이병철 회장에게 ‘초심’인 셈입니다. 다올금융그룹이라는 이름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이병철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이라는 이름에서는 ‘해외사업 확장’을 향한 새 출발을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신증권은 1962년 설립된 삼락증권을 모태로 합니다. 이후 1975년 양재봉 창업자에게 인수된 뒤 대신증권으로 이름을 바꿨고 올해 60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지난 60년 역사 가운데 최근 10년을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의 시기로 꼽습니다.

지난 10년 사업영역을 넓히고 외형을 크게 확장해 많은 변화가 나타났죠.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스스로도 과거 ‘주식과 채권만 하는 회사’에서 최근 10년 동안 ‘주식과 채권도 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고 말합니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뉴욕, 싱가포르, 일본 동경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사업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리는 셈인데 이런 의지를 담아 회사이름을 대신‘금융’그룹에서 대신‘파이낸셜’그룹으로 바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가 회사이름 변경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는 정체성을 향한 고민이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증권사들은 2009년 자본시장법으로 불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뒤부터 회사 이름에 ‘금융투자’라는 단어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금융투자업는 위탁매매를 중심으로 하는 증권업뿐 아니라 자산관리(WM), 투자금융(IB) 등을 포괄하는 법적용어입니다. 증권업보다 넓은 의미지만 일상용어가 아닌 만큼 그동안 직관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백브리핑] 비용 들고 고객은 헷갈리는데, 금융사가 '간판' 바꾸는 속내
▲ 하나금융투자가 7월1일 하나증권으로 새 출발한다.

최근 국내 증권업은 다른 금융업과 마찬가지로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핀테크의 약진으로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기존 증권사들이 MZ세대 고객 유입에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하나금융투자와 신한금융투자가 회사이름을 금융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증권’으로 바꾸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릅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각 계열사의 시너지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 통합브랜드 강화 전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삼성생명이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탓에 현재 마이데이터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사업 진출 길이 막힌 상황에서 통합브랜드를 통한 계열사의 협업 확대는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삼성그룹 주요 금융계열사 고객을 합치면 3200만 명(중복가입자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만이라도 진성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마이데이터사업자가 부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이번 기업이미지 변경을 시작으로 7월부터 TV광고와 SNS채널 홍보 등을 통해 통합브랜드(BI) ‘삼성금융네트웍스’를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을 세웠습니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삼성금융네트웍스 브랜드 강화 전략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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