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른다는 소식에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까지 앞두게 돼 앞으로 경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오른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2023년 적용 시간당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인 9160원 대비 5% 인상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에 소재를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의 임원 A씨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올해 들어 6월까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5%가량 감소했다”며 “니켈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수익성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요즘처럼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대기업 눈치가 보여 제품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지 못한다"며 "여기에 최저임금까지 크게 오른다고 하니 마음이 정말 무겁다"고 토로했다.
중형 조선소에 자재를 납품하는 조선업체 협력사 대표 B씨 역시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이런 점이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경제 관련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82로 전달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
기업경기실사지수는 기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데 코로나19 완화 기대감에 조금씩 오르다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바뀌었다. 100보다 낮으면 경기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호전을 바라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부담 가중된 점이 기업경기실사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 물가 상승과 주요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 기업들의 체감 업황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위의 이번 인상 결정에 대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30일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 현장은 장기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고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이 처한 경영상황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수준을 주장한 노동계와 공익위원은 향후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며 “정부는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중소기업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논평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확산과 경상·재정 쌍둥이 적자의 위기 상황에서 9620원의 최저임금안을 도출해낸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은 기업 경영 애로를 가중해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활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아울러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라고 손꼽힐 만큼 심각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제로섬 게임의 적대적인 탈취 대상이 아닌 일자리와 소득, 기업 투자 확대와 산업 경쟁력 확보의 촉진제로서 최저임금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결정 과정에서 경제 상황이 좀 더 심도있게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고용 악화 및 추가적 자영업 붕괴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도 최저임금 수준이 자영업자들에게 부담이 되는데 이 수준에서 5% 더 올리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바라봤다. 박소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