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왼쪽)와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전력공사(TPC)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대부분의 반도체공장을 대만에서 운영하는 TSMC의 생산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서 TSMC보다 더 유연한 가격 전략을 쓸 수 있는 환경에 놓여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
28일 중국 매체 쾌과학기술에 따르면 대만전력공사는 7월1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kWh)당 최대 0.4049대만달러(약 175원)씩 인상한다. 한꺼번에 15% 수준의 인상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는 대만 전체 전력 수요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TSMC의 공장 운영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SMC에 따르면 2020년 대만 사업장의 연간 전기 사용량은 169억 kWh로 2019년보다 18% 늘었고 대만 전체 전력 발전량의 6%를 차지했다.
쾌과학기술에 따르면 올해 TSMC의 연간 전기 사용량은 200억 kWh를 넘어서면서 대만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7.2%까지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대만 매체 중시신문망에 따르면 TSMC가 인상된 전기요금에 맞춰 올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약 40억 대만달러(1734억 원) 늘어난다. 내년부터는 연간 4천억 원 가까운 전기요금 인상분을 추가로 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TSMC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반도체 생산 원가에 부담을 안게 되는 점은 파운드리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도 7월1일부터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했지만 인상폭이 대만과 비교해 적은 수준이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원가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기요금 인상폭은 1kWh당 5원 규모로 대만과 비교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약 184억 kWh의 전력을 구매한 것을 기반으로 추산한다면 삼성전자가 한국 사업장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은 약 921억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전력은 산업용과 민수용(주택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을 동일하게 인상했지만 대만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많이 올렸다는 점도 정책적 환경에서 삼성전자가 더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따라서 TSMC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을 반도체 파운드리 가격 인상으로 반영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더 유연한 가격 전략을 쓸 수 있다.
TSMC가 대만의 불안한 전력 공급 문제에 영향을 받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에 유리한 요소로 분석된다.
대만은 최근 몇 년 동안 해마다 한 차례씩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고 있다. TSMC 반도체공장도 영향을 받는 사례가 나타나며 전력 공급 불안이 대만 반도체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 정치 평론가이자 언론인 리정하오는 24일 방송된 대만 정치 프로그램 ‘관건시각’에 출연해 “TSMC는 기술적 부분에서 삼성전자에 뒤처지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전과 전력 부족으로 인해 뒤처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정하오는 “대만에 전력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TSMC가 어떻게 삼성전자와 끝까지 경쟁할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TSMC는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쾌과학기술에 따르면 TSMC는 대만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한 뒤 “전 세계 TSMC 공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가동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에너지 절약, 탄소 절감 관련 작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