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2-06-24 16: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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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주식 투자자에게 ‘공포’로 기억될 한 주가 끝이 났다.
코스피지수는 월요일부터 2400선이 무너졌고 전날까지 이틀 연속 연중 저점을 갈아치우며 2300선도 위협받았다.
▲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4일 코스피지수가 상승 마감했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코스피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코스피지수가 1500선까지 무너졌던 기억이 생생하기도 하다.
코스피를 향한 시장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증권업계는 국내 증시 반등을 이끌 선제조건으로 미국의 물가상승률 둔화를 꼽는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달라지고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움직이는 만큼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7월 중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하는데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물가수준이 확인되기 전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24일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상황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코스피지수는 기술적 반등을 제외하고 추세적 반등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 한국의 무역수지 적자,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가능성 등에 따라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던 연초와는 다르게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여겨진다.
당장 7월만 놓고 봐도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돼 있는데 이를 통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나온다.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아지면 외국자금의 국외 유출을 가속화하며 원/달러 환율을 높이고 국내 증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당장 다음 주라도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바라본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계속 위축되고 있다”며 다음 주 코스피지수 하단으로 2250포인트를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7월에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이 불가피해 보이는데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자금의 한국 자본시장 이탈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바라봤다.
증권업계에서는 세계 주요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침체가 국내기업의 실적후퇴로 이어지면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2천 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7월 2천 포인트를 처음 넘은 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크게 빠지긴 했으나 2010년 2천 선을 회복했다.
이후 코스피지수 2천 포인트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시가 급락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의 심리적 기준선 역할을 했는데 주가가 다시 그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 국내 증시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미국 물가상승률이 둔화돼야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등이 안정화하며 외국인투자자의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지수 하락은 외국인투자자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투자자는 6월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5조2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5월 같은 기간 순매도한 6740억 원보다 7배 이상 많다.
외국인투자자는 6월 들어 3일과 16일을 제외한 매 거래일 코스피시장에서 주식을 던지고 있다.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가 6월 들어 전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각각 423억 원과 4조4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한 것과 확연히 다른 움직임이다.
미국 연준은 현재 물가상승률에 맞춰 기준금리 인상폭을 조정할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수준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거쳐 베이비스텝(0.25%포인트)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물가상승률 둔화가 확인돼야 하는 셈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높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은 당분간 물가가 통화정책의 우선 순위임을 재확인했다”며 “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둔화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7월13일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향후 국내와 미국 증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증시가 걱정하는 고물가와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시장의 확신이 중요한데 7월13일 발표되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그 잣대가 될 것”이라며 “그 발표 전까지 미국 증시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만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전 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문 연구원은 “공포심리에 따른 증시의 큰 낙폭과 비교해 현재 경기 기초체력과 기업 이익에 이상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단단한 고용률, 충분한 가계예금 잔고, 금리상승에도 낮은 수준의 미국 임대주택 공실률 등 경기침체의 두려움을 방어해 줄 변수가 다수 존재하는 점도 증시의 추가 하락 제한에 힘을 싣는다”고 바라봤다.
24일 코스피지수는 3거래일 만에 반등하며 이번 주 하락폭을 크게 줄였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52.28포인트(2.26%) 오른 2366.60에 장을 마감했다. 일주일 전 2440.93과 비교하면 74.33포인트(3.05%) 하락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