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
[비즈니스포스트] 쿠팡이 해외시장에 진출한지 1년이 지났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가 ‘글로벌 경영에 전념하겠다’며 한국 쿠팡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을 정도로 쿠팡은 해외사업에 의욕을 보여왔다.
하지만 쿠팡은 아직 해외사업의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내놓을 만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김범석 의장이 언제 쿠팡의 글로벌 진출 성과를 자신 있게 공개할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쿠팡에 따르면 쿠팡 일본법인이 최근 현지 진출 1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열었다. 현지 직원들이 조촐하게 파티를 여는 방식으로 행사가 치러진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은 지난해 6월2일 일본에 진출했다. 한국에서 벌이고 있는 '로켓배송' 서비스가 아닌 신선식품과 생활용품을 빠르게 배송해주는 '퀵커머스'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대만에 진출한지도 곧 1년이 된다. 쿠팡은 일본 퀵커머스시장에 진출한지 한 달 만인 2021년 7월 대만 수도 타이베이 일부 지역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두 회사의 현지 홈페이지에서 쿠팡은 “신선한 식료품도, 생활용품도 10분 만에 집까지 배달한다”고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현지 고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의 고객 리뷰를 보면 “10분 안에 정말 초고속으로 배달된다” “물건이 담겨 오는 종이봉투도 깨끗하고 물건도 깔끔하게 포장돼 있다” “한 번 사용해보니 편리해 여러 번 사용하고 있다” 등 긍정적 후기를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도 쿠팡의 퀵커머스 서비스를 사용해본 뒤 “요즘 생활용품 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나가기 귀찮아서 쿠팡을 사용했다”며 “쿠팡의 배달 플랫폼은 최고의 동반자다”라는 등의 우호적 후기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별개로 쿠팡의 해외사업 성과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쿠팡은 해외사업 성과에 대해 현지 상황과 실적 등은 공유되지 않는 자료라면서 외부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에 발표된 실적자료를 통해 성과를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는 있지만 말 그대로 추정치일 뿐 정확한 내용은 파악할 수 없다.
쿠팡은 1분기부터 전체 실적을 제품커머스부문과 신사업부문으로 나눠 발표하고 있다. 해외사업은 쿠팡이츠(배달서비스)와 쿠팡플레이(온라인동영상 스트리밍서비스), 쿠팡페이(핀테크) 등과 함께 신사업부문에 묶여 한꺼번에 발표한다.
쿠팡은 올해 1분기 신사업부문에서 매출 1억8063만 달러, 조정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순이익) 적자 9375만 달러를 봤다. 2021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5.4% 급증했지만 조정EBITDA 적자도 47.2% 늘었다.
신사업부문 실적의 상당수가 쿠팡이츠로 추정되는 만큼 사실상 해외사업의 성과는 아직까지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
쿠팡이 해외사업 성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놓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아직 사업 초기라 외부에 설명할 만한 구체적 지표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단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사업이 예상보다 녹록치 않아 성과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쿠팡이 퀵커머스사업을 벌이는 일본에서는 경쟁강도가 거세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기업인 Z홀딩스는 2021년 7월 도쿄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시작했다. 쿠팡이 시장 진출을 선언한지 한 달 만에 대응에 나선 것이다.
Z홀딩스는 일본에서 우버이츠에 이어 배달앱 시장 2위인 데마에칸과 손잡고 사업을 빠르게 늘렸고 그 결과 1월 도쿄에서 정식으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Z홀딩스가 취급하는 상품은 화장지와 술, 라면 등 1500개가량이다.
Z홀딩스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퀵커머스 거점을 확장해 2023년 3월까지는 도쿄 중심부의 23개 구를 모두 서비스 대상 지역에 포함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Z홀딩스의 공격적 투자 탓에 기존에 일본에서 배달과 퀵커머스 서비스를 확대해온 딜리버리히어로는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 모기업이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20년 9월 일본 진출을 선언하고 각지에서 배달사업을 확대해왔지만 경쟁이 심화되자 사업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올해 4월 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이런 상황들을 볼 때 쿠팡이 일본의 퀵커머스사업을 본궤도에 올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6월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 동안 배달 가능 지역을 총 4개 구(시나가와구, 오타구, 메구로구, 시부야구)로 늘리는 데 그쳤다. Z홀딩스가 내세운 목표와 비교하면 사업 확대 속도가 상당히 느린 편이다.
대만사업은 일본과 비교하면 그나마 사업 확대 속도가 빠른 편이다.
쿠팡은 2021년 7월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중산구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재는 모두 6개 구로 대상 지역을 확대했다.
쿠팡은 대만사업 확대를 위해서 올해 3월 채용공고를 내 대규모로 인력을 충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퀵커머스뿐 아니라 쿠팡의 한국 핵심사업인 로켓배송사업을 대만에서 펼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쿠팡타이완의 팔로워 수는 1만1천 명이 넘는다. 쿠팡재팬의 팔로워 수가 수십 명에 그치는 점과 확연히 대비된다.
쿠팡이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다.
김 의장은 2021년 5월31일 쿠팡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에서 모두 사임했다. 당시 쿠팡은 일본 진출을 진두지휘한 김 의장이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기 위해 국내법인에서 물러난다고 설명했다.
쿠팡 주가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때와 비교해 현재 60~70%가량 떨어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남희헌 기자
▲ 쿠팡 대만 퀵커머스 서비스 사용자가 이용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남긴 모습. <인스타그램 화면 갈무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