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2-06-13 13: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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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파킨슨병은 근육이 굳고 운동장애가 나타나는 질환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환자 혼자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병으로, 가족은 간병으로 고통받게 된다.
미국 파킨슨병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천만 명 이상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미국 환자만 100만 명에 이른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연간 520억 달러로 추산된다.
▲ 카이노스메드 로고.
문제는 파킨슨병에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약물은 있지만 계속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병의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치료제가 필요하다.
카이노스메드를 비롯한 제약바이오기업의 최근 연구 성과에 시선이 모이는 까닭이다. 카이노스메드는 근본적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에이즈 치료제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한 카이노스메드가 파킨슨병 분야에서도 신약개발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카이노스메드는 미국에서 열리는 글로벌 바이오산업 박람회 ‘바이오USA(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 참가해 파킨슨병 치료제 ‘KM-819’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이재문 카이노스메드 사장은 "그동안 공동개발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 회사를 비롯해 새롭게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제약사들에게 KM-819의 임상 진행을 소개할 좋은 기회다"며 "세계적으로도 드문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2상 후보물질인 KM-819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알려 성과를 이끌어낼 것이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 신경세포가 손상됐을 때 발생한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우리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파민이 충분히 분비되지 않는 파킨슨병 환자들은 통상 도파민 보충제 등으로 증상을 억제한다. 하지만 이런 증상 완화제는 사용할수록 내성이 생겨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또 병이 계속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반면 KM-819는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의 죽음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파킨슨병을 치료한다. 구체적으로는 신경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단백질 ‘FAF1’의 활성화를 저해해 도파민을 지속해서 분비할 수 있게 한다.
기존에 진행된 KM-819 동물실험에서는 파킨슨병에 대한 치료효과가 확인됐다. KM-819를 투여한 쥐가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정상에 가까운 운동기능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카이노스메드는 KM-819에 관한 인간 임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중이다. 2017년 마무리된 국내 임상1상에서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제는 임상2상을 통해 약효를 증명하는 단계에 있다.
▲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물질 'KM-819'의 미국 임상2상(위쪽)과 한국 임상2상 계획. <카이노스메드>
KM-819 임상2상은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진행된다. 먼저 미국에서는 투여 용량을 결정하는 시험 이후 내년 초부터 환자 모집에 들어갈 것으로 예정됐다. 이후 약물 투여와 치료에 약 2년이 소요된다. 임상 결과는 2025년경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 임상2상은 파킨슨병의 일종인 다계통위축증을 적응증으로 한다. 다계통위축증은 파킨슨병보다 진행이 빠르고 증상 완화제도 거의 효과가 없는 질환이다.
카이노스메드는 올해 하반기부터 한국 임상2상의 환자 모집을 시작한 뒤 2024년까지 1차, 2차 투여를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자금 확보도 이뤄지고 있다. 카이노스메드는 유상증자를 통해 약 480억 원의 자금을 모은 뒤 이 가운데 280억 원가량을 KM-819 등 신약 연구개발에 투입하기로 했다.
카이노스메드는 에이즈 치료제 ‘KM-023’을 상용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M-023은 2021년 6월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2022년부터 판매되고 있어 기술수출한 현지 파트너사로부터 로열티 수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파킨슨병 치료제 KM-819도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KM-023에 이은 새로운 매출원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시장 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파킨슨병 치료제시장은 2018년 45억 달러에서 2026년 84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차세대 파킨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은 카이노스메드 이외에도 상당수가 있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대표격으로 꼽힌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해 올해 1월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와 약 1조3천억 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