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 모바일프로세서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내년에 출시되는 퀄컴의 새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스냅드래곤8 2세대’ 반도체 파운드리 물량을 대만 TSMC에 빼앗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퀄컴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공급하는 주력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TSMC에 맡긴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실적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10일 전자전문매체 GSM아레나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퀄컴이 올해 말 선보일 스냅드래곤8 2세대 프로세서의 성능 개선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퀄컴의 기존 프로세서에 탑재된 CPU(중앙처리장치) 코어는 3개의 클러스터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신형 프로세서는 이를 4개의 클러스터로 나누는 구조를 처음 적용하기 때문이다.
CPU 코어를 여러 개의 클러스터로 나누면 기기 성능과 전력효율을 최적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고성능 작업이 필요할 때는 고성능 클러스터를, 다른 작업을 할 때는 저전력 클러스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퀄컴의 신형 프로세서는 새로운 구조를 통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장점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반도체 설계와 생산에 필요한 공정 난이도는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스냅드래곤8 2세대 단가도 기존 제품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GSM아레나가 인용한 관계자에 따르면 퀄컴은 스냅드래곤8 2세대 반도체를 TSMC의 4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으로 위탁생산한다.
지난해 말 공개된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생산은 전량 삼성전자가 담당했는데 후속 제품의 위탁생산 물량을 TSMC에 빼앗기는 셈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퀄컴은 1분기에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 가운데 하나로 처음 이름을 올렸다. 스냅드래곤8 1세대 위탁생산 효과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퀄컴은 삼성전자의 최신 미세공정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활용하는 사실상 유일한 대형 고객사인 만큼 새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위탁생산 물량을 놓치는 것은 실적에 큰 타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더구나 위탁생산 단가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스냅드래곤8 2세대 물량을 파운드리 경쟁사인 TSMC에서 가져가는 일은 미래 사업 전망에도 부정적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고성능 프로세서 위탁생산을 맡겼던 퀄컴이 후속 제품인 스냅드래곤8+ 1세대에 이어 스냅드래곤8 2세대 제품까지 맡긴다는 것은 삼성전자와 협력에 사실상 거리를 두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퀄컴과 TSMC 사이 협력 관계가 굳건해질수록 삼성전자가 다시 퀄컴의 파운드리 물량을 가져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반도체 파운드리 고객사들도 퀄컴의 행보를 고려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관련한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다만 퀄컴의 새 프로세서가 실제로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구현한다면 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퀄컴이 애플의 차세대 프로세서 ‘A15’와 충분히 경쟁할 만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삼성전자가 이를 내년에 출시할 갤럭시S23 시리즈에 탑재한다면 아이폰과 성능 경쟁력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퀄컴은 연말에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신제품을 선보인 뒤 곧바로 스마트폰 제조사들에 공급을 시작한다.
퀄컴이 아직 스냅드래곤8 2세대와 관련한 정식 발표를 내놓지 않은 만큼 GSM아레나의 보도와 달리 삼성전자가 위탁생산 주문을 수주할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 없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