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치킨프랜차이즈 경쟁사인 bhc그룹(bhc 운영사)과 제너시스BBQ(BBQ 운영사)의 법적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떠오른다.
박현종 bhc그룹 회장이 BBQ의 내부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bhc와 제너시스BBQ가 벌이고 있는 다른 법적 소송에서도 bhc가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정보통신망법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 회장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6월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 bhc 본사 사무실에서 제너시스BBQ 전·현직 직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제너시스BBQ 내부 전산망에 두 차례 접속했다. 박 회장은 당시 제너시스BBQ와 진행 중이던 국제 중재소송에 관한 서류들을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회사의 대표가 직원들의 협조로 직접나선 사항인 만큼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고인이 증거조작이나 사실왜곡이 아니라 사실을 밝히려는 목적을 가지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박 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아 법정구속을 면한 만큼 bhc그룹으로서는 경영 공백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다만 박 회장의 직접적 죄가 인정됐다는 점에서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급한 불도 생겼다.
이번 판결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bhc그룹과 제너시스BBQ의 법적 분쟁에서 bhc그룹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bhc그룹은 28일 제너시스BBQ와 상품·물류용역 계약해지 관련 민사소송 2심을 앞두고 있다. 해당 소송은 제네시스BBQ가 영업정보 유출을 이유로 bhc그룹이 제공하던 물류용역 계약과 상품공급 계약을 해지한 것을 두고 다툰다.
실제로 제너시스BBQ는 3월에 열린 '박 회장의 BBQ 내부망 불법 접속' 관련 공판에서 관련 검찰 수사기록의 열람·복사 허가를 받아내기도 했다. 다른 민사재판에 활용하려는 의도다.
8일 진행된 박 회장의 형사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되며 영업비밀 침해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난 만큼 제너시스BBQ가 이러한 근거를 들어 다른 민사재판에서 활용한다면 박 회장이 상당히 불리한 상황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28일 시작되는 상품·물류용역 계약해지 관련 2심 공판은 제너시스BBQ그룹이 2013년 6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bhc를 매각하며 맺은 계약에서 비롯됐다.
당시 제너시스BBQ는 bhc가 제너시스BBQ의 계열사에게 물류용역을 10년동안 공급하게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또한 제너시스BBQ가 bhc에서 소스·파우더 등을 공급받도록 하는 계약도 있었다.
하지만 제너시스BBQ는 2017년 4월 물류용역 계약 해지를, 같은 해 10월에는 상품공급 계약 해지를 각각 bhc에게 통보했다. 박현종 회장 주도로 bhc가 제너시스BBQ의 영업기밀을 빼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에 따라 bhc는 제너시스BBQ를 상대로 모두 29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 2건을 제기한 상태다. 각 소송의 1심 재판부는 모두 bhc의 손을 들어줬으나 현재 제너시스BBQ는 모두 이에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
bhc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오늘 재판결과가 향후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 “공식 입장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bhc그룹과 제너시스BBQ는 크고 작은 소송을 주고받으며 장외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bhc와 BBQ는 원래 제네시스BBQ그룹 아래 ‘한가족’ 사이였다. 그러나 bhc가 제너시스BBQ의 품을 떠난 뒤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됐다.
박 회장은 2011년 제너시스BBQ에 입사해 해외사업 부문 부사장을 지냈다. bhc의 매각 이후 박 회장은 bhc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두 회사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매각 다음 해인 2014년 9월부터이다.
bhc를 인수한 사모펀드가 제너시스BBQ와 인수협상 당시 가맹점 숫자를 부풀렸다며 국재중재재판소(ICC) 산하 중재법원에 제너시스BBQ를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두 회사의 첫 법률분쟁은 bhc측이 96억 원의 손해배상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제너시스BBQ가 bhc그룹을 반대로 공격한 것은 2016년이었다. 이 무렵 bhc는 BBQ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치킨 브랜드로 성장했다.
제너시스BBQ는 2016년 9월부터 박 회장과 bhc 임직원들을 상대로 1천억 원 규모의 영업비밀 침해 진정 제기, 영업비밀 침해 고소, 업무상 배임 등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나온 물류용역 및 상품공급 계약 해지도 이 때 이뤄졌다.
이외에도 bhc그룹과 제너시스BBQ 다수의 소송을 주고 받았다. 다만 제너시스BBQ의 소송은 거의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bhc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제너시스BBQ와 얽힌 법적공방 21건 간운데 17건에서 승소했으며 패소는 단 1건에 불과하다.
BBQ는 한 때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가운데 1위를 달렸다. 하지만 교촌치킨과 bhc에게 역전당해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3위로 밀려났다. bhc와 매출격차도 2020년 804억 원에서 2021년 1147억 원으로 더욱 벌어졌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