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러 차례 인수합병에도 ‘승자의 저주’를 피해간 기업가가 있다.
의류제조로 시작해서 세계 1위에 도약한 뒤 플랜트, 제지 등으로 빠르게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 글로벌세아그룹 성장 이끈 김웅기는 누구, 세아상역 중심으로 포토폴리오 확대 중
7일 인수합병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인수 유력 후보로 '깜짝 등장'해 주목받고 있는 글로벌세아그룹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인 김웅기 회장이 이끄는 회사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김웅기 회장은 1951년 충남 보은에서 태어나 전남대학교 섬유공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대 후반 사업 밑천을 마련하기 위해 소규모 주택 사업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충남방적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다가 1986년 의류제조회사인 세아상역을 창립했다.
김 회장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주류를 이루던 국내 의류제조업계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도입했다.
또한 해외생산기지 확보, 원사·원단·봉제 등의 수직계열화 등을 이뤄내 세아상역을 연 7억 벌의 생산능력을 가진 세계 최대 의류제조기업으로 도약시켰다.
김 회장은 세아상역이 의류제조업계 정상에 올라서자 곧바로 인수합병으로 사업영역 확대를 추진했다.
그가 노린 인수기업들을 살펴보면 기존 글로벌세아그룹의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회사들이 많다.
종합제지업체인 태림포장과 태림페이퍼를 글로벌세아그룹에 편입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연 150억 원 안팎의 포장재를 사용하는 세아상역 의류사업에 주목하고 물류·포장업체를 품에 넣었다.
김 회장은 2018년 STX중공업의 플랜트사업부문(현 세아STX엔테크)을 180억 원에 인수해 건설사업에도 팔을 뻗었다. 현재 글로벌세아그룹에서 건설사업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낮지만 쌍용건설을 인수한다면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다.
김 회장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2025년까지 글로벌세아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10조 원, 1조 원 규모로 만들겠다는 ‘비전2025’을 현실로 만들려고 한다.
글로벌세아는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5798억 원, 영업이익 2411억 원을 냈다. 쌍용건설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016억 원, 영업손실 1108억 원을 냈다. 인수에 성공하면 비전2025의 절반 수준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김 회장은 홈페이지에 남긴 글에서 “의(섬유·패션), 식(식음료), 주(건설·토목), 지식(IT·투자) 영역에서 스마트 기술을 바탕으로 분야와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세아그룹은 현재 쌍용건설 인수를 위한 입찰참여의향서를 두바이투자청에 제출하고 인수작업에 나선 상태다. 두바이투자청에 입찰참여의향서를 낸 곳이 글로벌세아그룹으로 유일하다는 점에서 인수에 가깝게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은 수주잔고만 약 7조 원 규모를 쌓아두고 있어 미래 일감도 넉넉한 편이다. 글로벌 인지도도 부족하지 않고 시공 경험도 많을 뿐더러 기술력도 지니고 있어 알짜 매물로 평가된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그룹이 계열사로 보유한 플랜트기업 STX엔테크와 시너지도 가능하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 인수에 성공한다면 사업 포트폴리오도 확 넓어진다. 글로벌세아그룹은 의류제조 판매 업체 ‘세아상역’을 주축으로 종합제지업체 ‘태림페이퍼’, 설계조달시공(EPC)업체 ‘세아STX엔테크’, 에너지업체 ‘발맥스기술’ 등 알짜로 평가받는 회사들이 수두룩하다.
◆ 글로벌세아그룹 쌍용건설 인수, 준대기업집단 지정될 가능성도
다만 글로벌세아그룹의 쌍용건설 인수가 김 회장에게 다른 고민을 안겨줄 가능성도 크다.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을 품에 안게 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2020년 말 기준 글로벌세아그룹의 자산규모는 3조9600억 원으로 확인된다. 자산 1조20억 원 규모의 쌍용건설을 품에 안게 되면 준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5조 원에 육박하게 된다.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면 규정에 따라 △임원·이사회 현황 △주식소유현황 △특수관계자 거래현황 등을 공개해야 한다. 오너일가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왔던 글로벌세아그룹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김 회장의 첫째 딸 김세연씨가 소유한 회사인 세아아인스는 세아상역으로부터 고객사의 일감을 받아 성장했다.
이후 세아아인스가 세아상역과 합병하면서 김세연씨는 세아상역의 2대주주에 올랐다. 김세연씨는 매년 세아상역의 배당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김 회장의 둘째 딸인 김세라씨가 보유한 커피전문점업체도 글로벌세아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실적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면 그룹사 내부거래 규제대상이 된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지분이 일정 이상인 대기업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액이 연간 200억을 넘거나 연 매출의 12%를 넘으면 내부거래 규제대상에 속한다.
글로벌세아그룹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게 될 규제등을 인지하고 있다“며 “해당 부분이 문제되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