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채권단도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된다.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25일 “STX조선해양에 대한 외부전문기관의 진단결과 유동성 부족 때문에 5월 말 부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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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과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실무자 협의회를 열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전환을 논의했다. STX조선해양은 채권금융기관들의 협의를 거쳐 5월 안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모든 채무가동결되면서 채권단에서 빌려줬던 여신은 손실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선박건조를 맡겼던 선주들에게 전체 1조2천억 원 규모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의 법정관리 돌입 등으로 선박건조에 문제가 생길 경우 선주들의 요청에 따라 미리 지급된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주는 보증계약이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채권단은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을 합친 여신 5조1천억 원을 STX조선해양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으로 보유하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별로 살펴보면 산업은행 3조 원, NH농협은행 1조1천억 원, 한국수출입은행 1조 원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해양과 관계사들이 법정관리에 함께 들어가면 국내 은행은 2조 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의 추가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위험노출액이 많은 산업은행, 농협은행, 수출입은행의 손실규모가 특히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1조 원, 농협은행이 6500억 원 수준의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STX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고정’으로 분류해 전체 여신금액의 50%만 충당금으로 쌓았다. 농협은행은 1분기 STX조선해양의 여신등급을 ‘회수의문’으로 내렸지만 충당금을 절반만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한국은행에서 논의 중인 국책은행 자본확충 규모를 키워야 할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농협은행도 최근 은행은 물론이고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의 부실장급 인사들까지 임금 일부를 반납하기로 결정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악화됐는데 STX조선해양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막대한 충당금 부담을 추가로 짊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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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섭 NH농협은행장. |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의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STX조선해양은 2013년 4월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 자율협약을 체결한 뒤 3년 동안 4조5천억 원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으로 대규모 손실만 유발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가능성에도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지원을 거부하고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채권단을 탈퇴한 뒤 손실을 미리 털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STX조선해양 채권단도 그동안 여러 상황에 놓였을 것”이라며 “그러한 상황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되돌아서 짚어보고 관련 사항들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