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2-05-27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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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증시 환경이 불안정해지면서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SSG닷컴과 컬리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상장 절차에 들어간 두 기업의 속사정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시각이다.
컬리는 상장 전 투자유치 단계를 마친 상황이라 상장이 아니면 추가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다. 대규모 물류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상장이 절박한 상황이다.
반면 SSG닷컴은 전국 1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한 이마트라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어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조달이 당장 급하진 않다. 상장 추진을 위해 주관사까지 선정했으나 상장예비심사 청구조차 하지 않고 있을 정도로 느긋하다.
◆ 컬리에게 상장은 '물류인프라 투자' 기회, 기업공개 통해 더 큰 성장 노려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한국거래소에 신청한 상장예비심사 청구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 김슬아 컬리(마켓컬리 운영사) 대표이사.
컬리는 3월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45영업일 안에 결과를 해당 기업에 통보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컬리는 늦어도 31일에는 결과를 통보받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45영업일이 지나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쏘카도 1월 초에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45영업일을 넘겨 4월6일에서야 결과를 받았다.
컬리는 상장예비심사를 승인받은 뒤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물류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컬리는 현재 서울 장지와 경기 김포, 화도, 죽전 등에서 물류센터 4곳을 운영하고 있다. 수도권을 벗어난 곳에서는 물류센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컬리는 새벽배송 서비스인 ‘샛별배송’의 가능 지역을 충청권과 대구, 부산, 울산 등으로 확대했는데 지방에 물류 거점을 확보하지 못해 수도권에서 직배송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새벽배송 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지방의 주문마감 시간은 서울보다 빠를 수 밖에 없다. 서울에서는 자정까지 주문해도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지만 부산권은 오후 6시 전에 주문을 마감해야만 다음날 새벽에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서울과 경기 등 물류센터에서 접수된 상품을 화물차에 싣고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권역까지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컬리의 상장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소 수백억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는 물류인프라 투자에 외부 자금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컬리의 상장 추진을 놓고 여의도 증권가의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다.
컬리가 상장 직전에 외부 자본 유치를 통해 인정받은 기업가치가 4조 원이지만 최근 증시 흐름을 살펴봤을 때 이를 능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컬리로서는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로 물류인프라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자칫하다가는 이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상장 전 투자유치까지 마무리한 단계에서 상장에 차질이 생기면 추가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길이 막혀 컬리의 사업계획이 전반적으로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컬리는 앞으로 경남 창원가 경기도 남부 지역에 추가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창원 물류센터 규모만 630억 원이 들어가는데 앞으로 이런 물류센터를 더 지으려면 수천억 원이 더 필요하다.
컬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021년 말 기준으로 1500억 원이다. 올해 초 사모펀드에서 받은 자금 2500억 원을 더하면 약 4천억 원가량이라고 컬리는 설명했다.
컬리 관계자는 이런 시각들과 관련해 “아직 상장예비심사 결과도 받지 않은 상황이다”며 “향후 결과를 보고 최적의 시점을 찾아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컬리의 최근 행보를 보면 상장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애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컬리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비식품 판매 증가와 카테고리 확장, 스타트업 지분 투자 등의 소식을 잇따라 알리고 있다.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여진다.
◆ 든든한 우군 가진 SSG닷컴, 물류인프라 투자 여력 있어 상대적으로 '느긋'
SSG닷컴 역시 기업공개 절차를 밟고 있는 이커머스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겸 SSG닷컴 대표이사 사장.
하지만 SSG닷컴 안팎의 얘기를 들어보면 SSG닷컴의 상장은 컬리와 달리 다소 여유로운 분위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SSG닷컴 역시 물류인프라 투자가 절실하다. 쿠팡이 압도적 물류인프라 투자로 격차를 벌리고 있는 상황에서 SSG닷컴도 손을 놓고 있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SG닷컴은 상장이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다.
SSG닷컴 관계자는 “현재 상장예비심사 청구는 하지 않았지만 기업공개와 관련한 전반적 준비는 다 되어 있다”며 “시장 상황을 보며 기업가치를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해 상장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했다.
SSG닷컴이 이마트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런 태도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SSG닷컴은 현재 온라인 배송을 전담하는 물류처리공간으로 이마트 내 PP센터를 활용하고 있다. PP센터는 '고르고(Picking) 포장한다(Packing)'는 의미의 영문자 앞 글자를 딴 물류처리공간으로 현재 전국 이마트 120여 개 매장에 있다.
SSG닷컴 관계자에 따르면 PP센터는 여전히 확장 추세에 있으며 규모를 대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 주문 물량이 많아짐에 따라 이를 처리하기 위한 공간도 점차 늘린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2월 IR자료를 통해 물류분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 안에 대형 PP센터를 기존 7개 점에서 31개 점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현재 신선식품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PP센터를 장보기가 아닌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오프라인 매장이 사실상 SSG닷컴의 풀필먼트센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대규모 물류인프라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이마트는 SSG닷컴 상장과 별개로 올해 안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RDC를 2곳 짓고 2025년까지 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SSG닷컴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이런 투자에 더욱 여력이 생기는 것도 맞지만 기본적으로 이마트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만 활용해도 투자계획을 추진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것이 SSG닷컴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최근에도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매장 2곳의 매각을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