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미시간주에서 평균 이상의 무더운 날씨와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전력공급 차질로 올 여름부터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시간주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운영하며 대규모 증설투자도 계획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이 현지 전력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이나 중장기 투자 계획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폭스뉴스는 현지시각으로 24일 “미시간주에서 전력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많은 지역에서 정전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전력회사들은 이미 현지 주민들에게 여름 정전사태 발생을 대비한 대책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는 경고를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석연료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발전소 설비 전환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올해 여름에는 매우 무더운 날씨가 예상돼 전력 수요가 공급 대비 대폭 늘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미시간주에 현재 공급되는 최대 전력은 119GW(기가와트) 수준인데 올 여름 전력 수요는 최고 124GW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현지 전력회사 MISO는 폭스뉴스를 통해 미시간주에서 사상 첫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전력 생산에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특성상 태양열과 풍력 등을 활용한 전력 생산이 날씨와 같이 예측 불가능한 요소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한 전력 공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해 전력 수요가 낮을 때 비축한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도 미시간주 전력난을 해결하는 데 큰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잭 오말리 미시간주 상원의원은 폭스뉴스를 통해 정부 차원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목표가 현실적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다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시간주가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현지 생산공장 투자를 유치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전력 수급 리스크를 키울 수 있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 배터리공장 증설 계획과 GM 및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공장 신설 계획이 대표적 예시로 꼽힌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 26억 달러(약 3조3천억 원)를 들여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에 운영하던 배터리공장 생산 능력도 현재의 5배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현지 전력회사의 예측대로 올해 여름부터 정전사태가 벌어진다면 LG에너지솔루션도 미시간 배터리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지 못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축소하는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전력 수급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LG에너지솔루션이 새로 건설하거나 증설하는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도 이를 고려해 속도를 늦추거나 투자 규모를 축소하게 될 수 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이 현지 전력당국과 중장기 전력 수급계약을 맺고 전력 공급 확대를 약속받은 만큼 이런 리스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언론 크레인스디트로이트에 따르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랜싱 수력전력위원회와 앞으로 20년 동안 미시간주 공장에서 전력을 1kWh(킬로와트시)당 5.5센트의 고정 가격에 수급하는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랜싱 수력전력위원회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 배터리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까지 전력 생산량도 기존보다 약 35%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지 전력당국이 장기간 낮은 가격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받은 셈이다.
반면 현지언론 랜싱스테이트저널은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대기업이 낮은 가격에 전력을 대량으로 사들이면 지역 주민들이 전기요금 부담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내놓았다.
미국의 전력 공급 부족 문제는 미시간주 이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북미 전력 신뢰성위원회(NERC)에 따르면 미시간주와 루이지애나, 위스콘신, 미네소타, 아이오와,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등 9개 주에서 이른 시일에 심각한 전력 공급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