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주가가 날개없이 추락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결의를 발표한 지 26일이면 꼬박 1년이 된다.
통합 삼성물산은 글로벌경쟁력 강화와 두 회사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목적으로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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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하지만 통합 삼성물산의 주가흐름은 시장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는 24일 전일보다 2.90%(3500원) 내린 11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뒤 소폭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날 다시 내림세로 돌아서 11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했던 지난해 6월에 비해 40%가량 가치가 증발한 것이다.
삼성물산 주가하락의 최대요인은 실적개선 모멘텀이 부재하다는 점이 꼽힌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24일 “삼성물산의 실적 턴어라운드 시점을 예상하기 힘들다”며 목표가를 기존 15만6천 원에서 13만2천 원으로 내렸다.
조 연구원은 삼성물산 건설사업의 실적 변동성이 커졌고 손실이 발생하는 프로젝트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추가비용 발생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개선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건설부문이 삼성물산의 '현재'라면 바이오부문은 '미래'다. 그러나 삼성물산 주가 움직임에 큰 변수가 될 바이오부문도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조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바이오부문 영업흑자가 2018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7년 흑자전환 예상시점보다 1년 더 늦춰지는 것이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로서 가치도 주가를 끌어올리기 힘들 것으로 분석됐다.
조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구실을 하는 만큼 적극적 영업가치 상승을 노릴 수 있는 움직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증권가에서 이른바 ‘이재용 주식’으로 불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합병 법인 지분 16.5%를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등 계열사에 대한 간접적 지배력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로서 가치에 ‘이재용 효과’ 등에 힘입어 시장의 기대를 받아왔지만 지난 1년 사이 주가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에도 25% 가량 급락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부실의 대거 반영으로 합병 이후 2분기 연속 적자를 낸 탓이 컸다. 하지만 삼성물산 실적에서 비중이 큰 건설부문은 업황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최근 7935억 원 규모의 카타르 도하메트로 프로젝트 계약을 해지당했다. 이에 대한 손실은 1분기 실적에 선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설부문에서 이런 리스크는 언제든 반복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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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삼성물산의 향후 실적개선에 대한 불투명성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과 불신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합병에 손을 들어줬던 국민연금마저 최근 석달 사이에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의 10% 이상을 내다팔았다.
삼성물산은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일부 소액주주가 합병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뒤 지속적으로 사업부문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을 약속해왔다. 하지만 건설과 리조트, 패션, 상사부문 등 4개 주요사업부문 모두 실적이 나란히 부진해 기대만큼의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 사실상 삼성그룹 대표주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부진은 주요 계열사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증권업계 일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주가 동반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삼성물산과 같은 대표주의 실적부진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며 “이는 과거에 삼성그룹 주식이라면 믿고 투자하던 심리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은 2분기 이후 점진적으로 실적이 안정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반등 모멘텀이 부족하고 1회성 이익이 없을 경우 올해 연간순손실 가능성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