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우리나라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추켜세우며 남한을 회복력 강한 대나무에 비유했다.
반 전 총장은 현지시각으로 19일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학 벡텔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학 콘퍼런스'에 참석해 "우리(남한)의 군사·정치적 하드파워는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들에 비해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 못할지 모르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 자산은 믿기 어려울 만큼 유명해졌고 전 세계적으로 점점 더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 케이팝 스타인 BTS(방탄소년단)를 예로 들며 "이제 다른 나라들은 초강력 문화적 창고를 가진 스마트한 중간 강국인 한국의 성공을 모방하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북한은 세계적으로 고립된 상태며 다른 국가들에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다.
반 전 총장은 "급변하는 세상에서 두 코리아의 이질적 경로가 지금보다 뚜렷한 대조를 이룬 적이 없다"며 "북한은 전 세계적 왕따이자 지체된 발전과 기아의 국가, 구조적 인권 착취 국가, 한반도를 넘어선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핵무장 위협"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하드파워만 보유한 국가가 됐다며 이 과정에서 창의성, 혁신, 문화 등이 구조적 억압과 국가 통제, 검열로 질식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런 면에서 볼 때 나는 북한을 무거운 무쇠에 비유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무쇠는 아주 강하고 튼튼해 보이지만 사실은 내부의 작은 균열로도 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대나무 줄기에 비유하며 "대나무 줄기의 내부는 텅 비었지만 내부와 외부의 충격 모두에 아주 강한 회복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하드파워 또는 소프트파워 가운데 하나만을 택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것들이 유일한 두 개의 길은 아니다"며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스마트파워라는 미래지향적 국가 정체성으로 독특하게 융합하는 게 가장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파워를 갖기 위해서는 군사적 대비 태세, 경제력, 문화적 역량, 기술혁신, 다자적 리더십, 환경보호, 글로벌 시민의식 등이 융합해야 된다고 봤다.
반 전 총장은 이 가운데 글로벌 시민의식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이는 타인에 대한 연민이자 돌봄이며 이타적이고 다른 인간과 지구에 대한 존경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하고 다극적 세계에서 더 큰 리더십을 떠맡기에 충분할 만큼 역동적인 한국의 밝은 미래는 궁극적으로 스마트파워 국가를 향해 전진하도록 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