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가상의 오피스빌딩을 들고 글로벌 진출에 도전한다.
직방은 11년 전 ‘직접 찍은 방’ 사진을 제공하는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으로 한국 프롭테크 1세대로 새로운 길을 열었다. 이번에는 자체개발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오피스 플랫폼으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 안성우 직방 대표이사가 2021년 6월15일 오전 직방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개최한 미디어데이에서 가상오피스 메타폴리스를 소개하고 있다. <직방>
19일 직방에 따르면 회사가 개발한 글로벌 가상오피스 플랫폼 ‘소마(Soma)’가 오는 20일 안드로이드 버전을 시작으로 iOS(애플 운영체제) 및 PC 버전 서비스를 개시한다.
소마는 출발부터 글로벌 가상오피스 시장을 바라보고 개발한 플랫폼이다. 한국어부터 영어, 스페인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등 12개 언어를 지원한다.
직방은 소마 사업을 위해 지난 4월26일 미국법인 소마디벨롭먼트컴퍼니도 설립했다.
안 대표는 가상오피스사업으로 한국 프롭테크 유니콘 기업의 글로벌 성공사례를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집, 공간과 관련된 ‘디지털 콘텐츠’에 직방의 미래도 있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직방 서비스 출시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미디어데이에서 안 대표는 가상오피스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인류는 지금까지 교통을 통한 통근시대에 살았지만 앞으로는 통신을 통한 통근시대에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당시 소마 플랫폼의 전신인 메타버스 사옥 ‘메타폴리스’를 소개하면서 메타폴리스가 지금은 업무공간으로 시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디지털시티가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안 대표는 지난 2021년 2월 직방의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원격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미래 오피스시장이 가상공간으로 옮겨갈 것임을 확신하고 있기에 가능한 행보였다.
안 대표는 같은 해 6월 서울 강남 서초동에 위치한 본사 임대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재계약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상오피스 솔루션 개발을 위한 경력직 전문인력을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하는 데 투자금을 퍼부었다.
직방은 지난해 메타폴리스 개발을 맡고 있는 서비스개발그룹, 직방 정보통신(IT) 인프라 및 보안을 담당하는 CTO실, 데이터분석과 데이터엔지니어링부문 등에서 일할 개발자를 대규모로 채용하면서 지원자에게 1억 원 상당의 입사 축하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입사자에게는 원격근무 환경 조성비로 100만 원씩을 지급하기도 했다.
▲ 직방이 20일 안드로이드버전을 출시하는 글로벌 가상오피스 '소마' 플랫폼 안에 구축된 가상 오피스빌딩 프롭테크타워 모습. <직방>
안 대표는 2021년 기준 본사 임직원 330여 명 가운데 절반을 개발직군 인력으로 채웠다. 개발직군 신입직원 초봉도 IT업계 전반보다 높은 6천만 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안 대표는 메타폴리스에 구축한 가상 사무실 공간을 외부 기업에 분양하면서 사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현재 메타폴리스에는 직방과 아워홈, AIF 등 기업 20여 곳이 입주해있고 매일 2천여 명이 출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비대면 선거운동 캠프로 활용하기 위해 메타폴리스 7개 층을 임대하기도 했다.
직방이 소마 사업을 위한 법인을 세운 미국에서도 현지 스타트업 게더가 만든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이미 다양한 기업들이 디지털본사를 구축하고 가상오피스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기업 가운데서도 현대엔지니어링, 애경그룹 등이 게더타운에 본사를 구축했다. 넷마블, 롯데푸드 등도 게더타운에서 신입사원 면접과 교육부터 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사회생활모습을 변화시키면서 일상을 회복한 포스트코로나시대에도 기업 운영과 업무방식 등에 디지털전환, 비대면은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안 대표는 메타폴리스로 가상오피스 플랫폼사업을 구상할 때부터 단순한 온라인 업무 솔루션을 넘어 미래의 ‘생활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했다.
이에 따라 직방 소마는 슬로건도 ‘일하는 장소를 바꿔라, 방식이 아니라(Change where you work, Not how you work)’다. 오프라인과 똑같은 환경을 구축해 소통과 협업에 한계를 넘고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온라인 협업툴과 차별화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안 대표는 메타폴리스를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 자료에도 “정말 사무실에 나온 것 같은 더 완전한 오프라인 느낌을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라는 문구를 넣었었다.
직방 소마 플랫폼은 가상오피스 안에서도 직장 동료를 만나려면 아바타가 직접 이동해야 하고 대화도 실제 얼굴을 보며 이뤄지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채팅이나 순간이동 기능이 없다. 오프라인의 불편함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 직방의 가상오피스 '소마' 회의실 모습. <직방>
기존 원격근무 환경과 달리 오프라인과 같은 일상적 대화, 네트워킹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실었다.
직방은 지난해 기업가치를 1조 원 이상으로 인정받으면서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직방은 프롭테크 1세대 대표주자에 유니콘 기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비교해 성장이 정체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직방은 2020년까지 3년 동안 매출이 400억 원대에 머물러 있었고 2021년 매출이 500억 원대에 올라섰지만 영업손실 82억 원, 순손실 130억 원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주력 사업모델인 부동산 정보제공, 중개 서비스는 기존 공인중개사들과 갈등, 시장 포화 등으로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최대 과제로 꼽혀왔다.
직방은 소마를 세계 기업들이 자리한 메타버스 업무지구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마 플랫폼 가상공간은 현재 30층 높이의 오피스 빌딩 ‘프롭테크타워’와 대규모 행사 개최가 가능한 500석 규모 홀 6개를 갖춘 ‘42컨벤션센터’, 공용라운지 ‘더허브’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오피스 빌딩의 각 사무실은 입주사의 수요에 맞춰 인테리어나 사무공간, 회의실 등으로 만들 수 있고 사무실에는 허가받은 직원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새로운 건물도 계속 증설할 계획을 세워뒀다.
현재 메타폴리스에 입주해 있는 기업 20여 개도 순차적으로 소마로 가상오피스를 이전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