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여의도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의 첫 칼날이 루나로 향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테라 생태계를 부활시키기 위해 새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다면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19일 법조계 안팎에 따르면 가상화폐 루나 투자자들이 합수단이 설치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할 준비를 하고 있어 ‘루나 사태’가 합수단의 첫 수사대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상화폐를 규제하는 관련 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권 대표가 루나 급락 사태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권 대표가 테라 투자자를 모집한 방식이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돼 처벌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 대표는 투자자가 테라룰 예치하면 이를 루나로 바꿔주고 연이율 20%를 약속했는데 이 방식이 유사수신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사수신행위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다수로부터 원금 반환과 수익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네이버카페 ‘테라 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은 27일까지 진정서를 받은 뒤 서울남부지검에 권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 카페에는 현재 2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돼 있다.
카페 매니저는 게시글에서 권 대표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연이자 20%에 현혹돼 몇 달 받지도 못한 이자에 원금까지 날아가 버리게 됐고 사기꾼들은 천정부지로 오른 코인으로 엄청난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도 19일 투자자들을 대리해 권 대표를 서울남부지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과 유사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죄 등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권 대표는 테라를 부활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검찰 수사가 시작된다면 그 구상이 일그러질 수 있다.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권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면 새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루나 급락 사태 이후 테라 생태계 재생계획을 제안하고 18일부터 투자자를 상대로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투표율 38.1%에 77.14%가 찬성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안건이 통과되면 27일부터 새 블록체인이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권 대표는 17일 테라 블록체인 토론방인 ‘테라리서치포럼’에 테라 생태계 재생계획을 올려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새 블록체인을 구축하고 10억 개의 새 루나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18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새 테라 생태계를 위한 탈중앙화거래소를 만들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루나 시세가 폭락하기 전까지는 가상화폐시장의 거물로 주목받았다.
블룸버그는 권 대표가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최대 100억 달러 어치 사들이겠다고 발표하자 가상화폐시장에서 영향력이 있지만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1991년생인 권 대표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 ‘하빈저’라는 특목고등학교 영자신문을 만들어 해외명문대 입시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에서 각각 3개월 동안 인턴으로 근무했으며 2015년 한국에서 와이파이 공유서비스인 애니파이를 창업해 운영하기도 했다.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손잡고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