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TSMC의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이탈리아에 100억 유로(약 13조4천억 원)를 들여 새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인텔도 이미 독일에 대규모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을 확정한 만큼 글로벌 반도체 위탁생산시장에서 갈수록 치열한 물량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이탈리아 정부와 최근 반도체공장 투자를 위한 사전 계약 논의작업에 착수했다.
TSMC의 유럽 내 첫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부지로 이탈리아를 선정하고 투자 계획을 구체화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이번 투자는 TSMC가 미국 아리조나주 또는 일본에서 최근 시작한 프로젝트와 같이 신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미세공정 기반의 첨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이탈리아 신공장의 투자 규모는 100억 유로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는 최대 5천여 명으로 추정된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탈리아가 독일과 반도체공장 투자 유치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며 TSMC와 독일 정부 사이 논의가 지연된 점이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TSMC가 글로벌 주요 고객사들에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생산거점을 빠르게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어 투자를 서둘러야만 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과 이탈리아 정부가 TSMC의 반도체공장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다른 국가 정부와 같이 투자 지원금과 세제혜택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약속했을 공산도 크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TSMC와 이탈리아 정부 사이 진행된 투자 논의에 지원 규모가 계속 중요한 변수로 남아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앞서 인텔이 독일에 새 반도체공장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독일 정부에 전체 투자금의 절반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 지원을 요구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TSMC도 공장 투자비용의 50% 수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가 5억 유로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해야만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 인텔이 건설 계획을 발표한 독일 반도체공장 조감도. |
TSMC는 이탈리아 새 반도체공장에서 5나노 이하 최신 미세공정 기반의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서버용 프로세서 등에 사용되는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반도체공장 유치를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만큼 이탈리아 정부가 기회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TSMC에 과감한 지원을 약속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 인텔은 글로벌 파운드리업계에서 3대 기술 상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텔과 TSMC가 잇따라 미국에 이어 유럽에 대형 반도체공장 투자를 추진하면서 앞으로 기술 경쟁뿐 아니라 물량 경쟁 측면에서도 치열한 자리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들 경쟁사와 같이 미국에서 대규모 반도체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유럽 파운드리공장 투자와 관련한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파운드리 경쟁사들이 유럽 국가들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으면서 투자를 확대하는 사이 자칫하면 삼성전자가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도 업계 최고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앞으로 여러 유럽 국가 정부에서 삼성전자의 현지 반도체공장 투자를 유치하려는 ‘러브콜’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반도체공장 유치 경쟁에 ‘게임’이 시작됐다”며 “유럽의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