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신사업인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 매년 수십 조 원 단위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 대비 성과는 부진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경쟁사들의 미세공정 기술 발전 속도가 인텔의 파운드리사업 성공에 큰 장벽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스닥은 17일 시장 조사기관 팁랭크스 보고서를 인용해 “인텔 주가가 미국 증시 기술주의 전반적 하락세에 영향을 받아 52주 신저가에 근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6일 미국증시에서 인텔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1.19% 떨어진 43.0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저가인 42.78달러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팁랭크스는 인텔의 1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모두 양호한 수준을 기록했지만 투자자들이 2분기 실적 감소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어 주가 하락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텔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에서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따른 제조공장 가동 중단 등 여파로 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팁랭크스는 인텔이 반도체 공정 기술력에서 TSMC 등 경쟁사를 상대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점도 주가 하락을 이끄는 원인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앞으로 수 년 동안 신사업인 반도체 파운드리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연매출의 35% 가량을 파운드리공장 신설 등 시설 투자에 활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텔의 지난해 연매출은 약 790억 달러인데 이를 기준으로 하면 약 277억 달러(35조4천억 원)에 해당하는 파운드리 투자 금액을 앞으로 매년 지출할 것이라는 의미다.
팁랭크스는 인텔의 파운드리 투자 확대가 앞으로 현금흐름 감소를 이끌어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데다 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이어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TSMC와 같은 상위 파운드리 경쟁사가 연간 400억~440억 달러의 시설 투자를 들이며 인텔을 앞서고 있는 데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에서도 현재 인텔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업체의 공정기술 발전 속도가 인텔의 파운드리사업 진출 계획에 큰 진입장벽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팁랭크스는 “인텔 경영진은 2025년까지 파운드리 공정기술 선두 달성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이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과도한 시설 투자에 대비해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텔이 그동안 TSMC와 삼성전자의 공정 기술력을 따라잡는 데 장기간 고전해왔다는 점도 앞으로 기술 선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배경으로 꼽혔다.
팁랭크스는 인텔이 파운드리사업을 통한 체질 개선에 어느 정도 성과를 내겠지만 투자자들이 기대할 만큼의 결과가 돌아올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인텔이 장비 확보와 협력사 기반 측면에서 TSMC나 삼성전자에 우위를 갖출 가능성은 장점으로 꼽힌다.
인텔이 반도체 미세공정 구현에 쓰이는 장비업체 ASML의 신형 EUV(극자외선)장비 물량을 TSMC나 삼성전자보다 먼저 확보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팁랭크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증권사들이 내놓은 인텔 목표주가 평균은 50.9달러에 이른다. 13일 기준 종가와 비교해 약 17.2%의 상승 여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증권사 6곳은 인텔에 ‘매수’ 의견을, 14곳은 ‘중립’ 의견을 제시했고 투자의견을 ‘매도’로 내놓은 증권사는 7곳으로 집계됐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