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5-16 11: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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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기업들이 글로벌 고유가 기조에 힘입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정유기업들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왼쪽)과 후세인 알 카타니 에쓰오일 대표이사.
16일 신용평가사와 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라 원유공급 부족 상황이 202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원유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가운데 러시아 원유 공급 차질, 중동과 미국의 소극적인 증산 기조 등으로 2021년부터 이어진 기존의 빡빡한 원유공급 상황이 즉각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2022년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에서 130달러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산업연구본부장도 보고서를 통해 “올해는 국제유가가 계속 높은 수준을 기록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국제적인 경제 제재가 결국은 석유시장의 공급 부족 현상을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지속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과 등 국내 정유사들은 고유가에 단기적으로 큰 이익을 보고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원유·천연가스 생산량의 10~15%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의 원유·천연가스 공급제한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정유사는 마진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정유사들은 일반적으로 원유를 매입한 뒤 정제과정을 거쳐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원유 구입시점과 제품 판매시점 사이에 유가가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을 보게 된다.
그 결과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2022년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 1조6491억 원을 거뒀으며 에쓰오일은 1조3320억 원, GS칼텍스는 1조812억 원, 현대오일뱅크가 7045억 원으로 4곳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상승했을 때 약 800억~1200억 원의 영업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고유가가 정유사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기 회복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석유 제품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고유가 기조는 정유사들의 영업여건에 반드시 긍정적인 요인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배럴당 100달러 이상의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석유제품 수요 위축 등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GS칼텍스 VGOFCC(제4중질유분해시설) 전경. < GS칼텍스 >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5월 보고서(MOMR)를 통해 올해 하루 기준 석유 수요 전망치를 기존보다 32만 배럴 감소한 347만 배럴로 낮췄다.
석유수출기구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세계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고려해 석유 수요를 하향 조정했다”며 “아울러 현재의 경제 예측과 잠재적으로 세계 석유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저하가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면 국내 정유사는 원유 가격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원유시장 내 수급이 안정되면서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된다면 오히려 대규모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함으로써 정유사의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유가가 급락했을 때 국내 정유4사는 모두 합쳐 약 2조7천억 원의 재고 관련 손실을 인식하기도 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에 따라 실적변동이 큰 정유중심 사업구조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사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부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수소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7조 원 규모의 석유화학 투자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선임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국내 정유업체들은 석유화학 및 배터리 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해 대체에너지로의 사업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