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폐허가 됐다는 국가재정에서 한 달만에 갑자기 60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 추가경정예산이 등장했다.
정부 출범 이전까지 갈 것도 없이 최근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취임 즉시 병사월급 200만 원 인상’을 지키지 못한 것을 사과하며 재정 문제를 이유로 들기도 했다. 추경 편성안 의결 바로 전날이었다.
올초 문재인 정부의 살림을 맡았던 ‘홍남기 기재부’는 추경을 발표한 2월 당정갈등이 극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14조 원 추경 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살림을 책임질 ‘추경호 기재부’는 공식 출범 하루 만에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을 발표했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59조4천억 원 가운데 초과세수가 53조3천억 원이다. 게다가 정부는 초과세수와 지출구조조정 등으로 추가 국채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14조 원 추경도 국채발행을 해야 될 상황이라며 몸을 사리던 기재부가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50조 원이 넘는 추가세수를 내놓은 셈이다.
당연히 기재부를 향한 비난이 쏟아진다. 새 정부에 맞춰 적자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추경을 편성하기 위해 대규모 추가세수를 발생시킨 '분식회계'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야당으로 돌아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호중·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부터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까지 ‘가불 추경’이라며 일제히 공세를 폈다.
윤 위원장은 13일 경기 수원시 김동연 경기도지사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숫자 꿰맞추기 방식으로 아직 걷히지도 않은 세금을 이용해 추경하려고 한다”며 “국정을 가정으로 운영할 순 없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도 “올해 1월 여야가 30조 원 추경을 요구했을 때 홍남기 당시 부총리는 돈이 없다며 14조 원을 추경 예산안으로 가져왔는데 4개월 만에 기재부가 53조 원 초과세수를 갖고 왔다”며 "초과 세수를 숨겼다가 정권이 바뀌면 내놓기로 한 것이라면 국가를 흔드는 범죄행위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 역시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전화인터뷰에서 “초과세수를 53조 원 잡았다는 건 금년에 걷기로 한 세금을 포함한 세입을 그만큼 더 걷겠다는 얘기다”며 “이 돈을 갑자기 어디서 더 걷겠다는 건지, 어떤 세목에 걷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