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 차원에서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는 정책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이 에너지 수입선다변화에 나선 유럽연합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늘리면서 LNG운반선 화물창에 들어가는 보냉재를 만드는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의 수혜가 예상된다.
▲ 류완수 동성화인텍 대표이사(왼쪽)와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이사 회장(오른쪽) |
13일 증권업계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러시아를 향한 경제 제제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종료와 관계 없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보고서를 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를 기존의 3분의2 수준으로 줄이고 2027년까지는 러시아 의존도를 0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은 2021년 기준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모두 155bcm(십억㎥) 규모를 수입했는데 수입량의 90% 가까이를 노드스트림을 비롯한 가스관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은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운데 60bcm을 수입다변화를 통해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50bcm을 미국과 카타르 등의 국가들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수입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중심국가인 독일 정부는 올해 늦여름까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만큼 유럽연합 국가의 LNG운반선 발주 확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유럽지역에서 한국 조선사의 LNG운반선 수주는 탄소배출 저감 정책에 따라 지난해 늘고 있었다. 한국 조선사의 LNG선 수주는 2021년 사상 최대치인 65척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만에 26척을 수주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LNG운반선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사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는 보냉재 제조업체인 한국카본과 동성화인텍도 실적을 확대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카본은 새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에 들어가는 보냉재 수주를 최근 따냈다. 한국카본이 이번에 수주한 보냉재는 NO96 슈퍼플러스(+) 화물창에 들어가는 제품으로 전해졌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은 MARK3라는 LNG선 화물창 형식을 사용하고 있고 대우조선해양은 NO96이라는 화물창 형식을 상용해 왔다. 그동안 보냉재는 MARK3 LNG선 화물창에만 필요했었다.
그러나 최근 LNG가격이 급등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LNG운반선은 천연가스를 액화해 운송하는 과정에서 LNG가 액체상태에서 매일 조금씩 기체로 바뀌며 줄어든다. 하루에 기화되는 기화율은 MARK3가 0.07%인데 비해 NO96은 0.1%가 나왔다. NO96이 더 손실율이 높았던 셈이다.
프랑스 기업인 GTT가 NO96과 MARK3 화물창 모두 특허를 가지고 있는데 NO96의 기화율을 개선해 NO96 슈퍼플러스를 개발했다. 그런데 NO96 슈퍼플러스에는 MARK3보다도 두꺼운 보냉재가 들어간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한국카본의 실적 전망을 밝게 보는 시선이 나온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GTT가 대우조선해양을 위해 NO96 슈퍼플러스를 개발했는데 여기에는 기존보다 보냉재가 많이 들어가 한국카본의 매출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카본 관계자는 “LNG선 보냉재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기술과 제조공정 자동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요가 늘어날 때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카본과 함께 국내 LNG선 보냉재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동성화인텍도 LNG선 호황에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성화인텍의 사업구조는 보냉재를 생산하는 PU단열재부문과 냉매를 생산하는 가스사업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으로 PU단열재부문이 전체 매출의 94%에 해당하는 3449억원의 매출을 냈다.
더구나 국제해사기구의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LNG선뿐만 아니라 초대형 유조선과 컨테이너선도 LNG이중연료 추진선으로 교체되는 점도 동성화인텍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원재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동성화인텍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소형에서 대형선박까지 LNG 화물창 보냉재를 일괄생산하는 업체다”며 “글로벌 환경규제에 따라 동성화인텍 보냉재 사업의 외형이 더욱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