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실에 있지도 않은 가상의 땅, 메타버스 세계 부동산을 향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5일 블록체인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 블록체인 스타트업 유가랩스는 개발 중인 메타버스 게임 속 가상토지를 사전분양해 2억8500만 달러(약 3600억 원)를 조달하면서 화제가 됐다.
▲ 유가랩스의 대체불가토큰(NFT)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 홈페이지 갈무리. |
유가랩스는 가상토지 아더디드 필지 5만5천 개를 각각 305 에이프코인에 판매했다. 당시 305 에이프코인은 5800달러(약 730만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유가랩스는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BAYC)’라는 대체불가토큰(NFT)를 제작한 기업이다.
지루한 원숭이 NFT는 다양한 표정과 패션의 원숭이 캐릭터 컬렉션으로 프로필 형태의 디지털 이미지와 NFT를 결합한 것이다. 세계적 아티스트 마돈나, 저스틴 비버, 에미넘 등도 구매하면서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유가랩스는 가상토지 판매로 회사 매출을 기존의 3~4배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몇 백만 원씩 하는 가상토지를 사기 위해 구매자들이 몰려들었으니 유가랩스의 사업전략이 허상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센트럴랜드, 더샌드박스, 솜니움스페이스 등 주요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상토지 한 필지당 평균 가격은 2021년 12월 기준 1만2천 달러(약 1519만 원)로 나타났다.
같은 해 6월과 비교해 두 배로 뛴 수치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인 어스2(Earth2)에서는 서울 청와대 부지가 2020년 11월 57달러(약 7만 원)에서 2022년 4월 기준 1만9990만 달러(2430만 원)으로 뛰었다.
어스2는 구글맵에 기반한 가상 세계에서 세계 부동산을 사고 팔 수 있는 서비스다. 한 달 이용자만 6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메타버스 세계 부동산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실물경제와 연계한 생산과 소비 생태계가 활성화되면서 가상의 공간이 그야말로 ‘또 하나의 세상’으로 빠르게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2026년에는 세계 인구의 25%가 업무와 쇼핑, 교육, 사교, 엔터테인먼트 등 활동을 위해 적어도 하루에 1시간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메타버스 생태계로 앞다퉈 진출하면서 매장과 지점 등을 내기 위한 가상 토지는 사업을 위한 필수적 자산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사업을 벌여 수익도 얻지만 브랜드를 구축하고 새로운 고객층을 유입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영국계 다국적 은행 HSBC는 올해 3월 메타버스 플랫폼 더샌드박스의 가상토지를 매입했다.
매입 가격은 밝히지 않았지만 더샌드박스와 협업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고객에게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 메타주구 구역의 ‘랜드’를 매입해 가상 지점 ‘오닉스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메타주구는 일본의 하라주쿠 쇼핑지구의 가상 버전이다.
JP모건은 앞으로 가상 부동산 시장에서도 모기지, 임대계약 등 실제 세계와 같은 서비스를 보기 시작할 것으로 보고 메타버스 플랫폼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결제 서비스 등을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토큰스닷컴의 자회사 메타버스그룹은 디센트럴랜드 안 패션스트리트구역의 116토지를 61만8천 마나(약 28억6천만 원)에 매입했다.
앤드루 키엘 토큰스닷컴 최고경영자(CEO)는 이 거래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것은 막 도시가 건설되던 250년 전 맨해튼 땅을 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올해 1월 디센트럴랜드에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837X’를 열었다. 미국 뉴욕에 있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매장 삼성837을 본따 만든 매장이다.
이밖에도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디센트럴랜드에 매타버스 대사관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워뒀고 두바이 가상자산 감독청은 더샌드박스에 본부를 세우기 위해 가상토지를 매입했다.
현실 지도를 바탕으로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과 게임도 우후죽순 출시되면서 가상 부동산 투자에 높아진 관심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 인공지능 기업 바이브컴퍼니는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듀플래닛에서 이용자들의 활동공간이 될 가상토지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듀플래닛 이용자들은 가상토지를 임차해 수익을 낼 수도 있다.
듀플래닛은 실제 서울 시내를 똑같이 가상세계에 구현해 필지 단위로 판매한다. 필지별 평균 분양 가격은 2만5천 원으로 실제 공시지가의 10만분의 1 가격을 적용했다.
현실세계의 다양한 서비스업종을 가상세계에서도 구현하는 이루고월드도 16일까지 플랫폼의 토지를 분양하고 있다.
넷마블은 현재 가상 부동산을 활용한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보드게임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를 개발하고 있다.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이용자들은 실제 도시를 본 딴 메타월드에서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올리고 NFT를 결합한 부동산을 거래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