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한 뒤에도 두 차례 더 ‘빅스텝’을 단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예상하지만 생각보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
다만 이 총재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국내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가능성은 있다.
5일 한국은행 안팎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으로 기준금리인상 흐름을 지속해 나갈 뜻을 보이고 있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현지시각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0.75%에서 1% 사이로 조정됐고 현재 1.5%인 한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는 0.5%포인트로 좁혀졌다.
이날 연방준비제도는 0.7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스텝’을 하지는 않겠다고는 했지만 두어 번 더 0.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연방준비제도의 예고대로 빅스텝을 시행한다면 올해 7월 무렵에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이 총재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은 피할 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 질의서에 답변하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에 따라 한국과 미국간 금리가 역전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과거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 사례를 살펴봤을 때 금융시장의 위험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바라본다.
이 총재는 과거에도 한국과 미국 사이 금리가 역전된 사례가 있었지만 대규모 자본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국내 펀드메탈이 양호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유럽, 남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아 일각에서 우려하는 자본유출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 총재의 낙관적 전망에도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일부 자금을 빼내는 상황은 빚어질 수 있다.
3일 공개된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연방준비제도가 여러 차례 빅스텝을 단행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빠르게 축소되거나 역전된다면 주식자금 및 민간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 역전 폭이 너무 크게 장기간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어 국내 기준금리를 단계적으로 올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재는 당장 26일 열리는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기준금리의 변화폭을 조정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4일 낸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5월부터 7월, 8월,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나중에 연말 기준금리는 2.5%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