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을 위한 특별법 추진을 공언하고 있어 해당 단지에서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인근 단지들과 통합 재건축을 추진해 덩치를 키우는 곳도 많아졌다.
▲ 경기도 성남시 분당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29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분당 금곡동 청솔주공9단지는 최근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분당 정자동 정든마을 우성4단지, 구미동 까치마을1단지도 각각 3월과 4월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추진을 본격화했다.
1995년 준공된 분당 청솔주공9단지는 지하 1층~지상 최고 20층, 공동주택 1020세대 규모다.
같은 시기 지어진 까치마을1단지는 16개 동, 976세대 아파트다. 까치마을1단지는 용적률도 145% 수준으로 분당 다른 단지들보다 낮아 재건축 사업성도 높은 편으로 평가된다.
분당재건축연합회에 가입한 회원 단지 수도 빠르게 늘어 40곳을 넘어섰다.
건설사로서는 수도권에서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늘릴 수 있는 반가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1기 신도시에는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대규모 단지로 나서 사업 진행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차기 정부가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을 단지별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만큼 벌써부터 사업 추진을 두고 경쟁이 붙는 모양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대단지 재건축 사업은 지역에 랜드마크 아파트를 세워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데다 수익성 등 실적 측면에서도 실속이 커 욕심을 낼 수밖에 없다.
1991년에 준공한 분당 서현동 삼성한신, 한양, 우성, 현대아파트 등 정비사업 시범단지 4곳과 수내동의 양지마을 6개 단지는 각각 7769세대, 4392세대가 모여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고양 일산도 마찬가지다.
일산서구 후곡마을 3·4·10·15단지는 25일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들 단지는 1994~1995년 세워진 아파트로 함께 모이면서 2406세대 규모 사업장이 됐다.
일산 마두동 백마1‧2단지와 강촌1‧2단지(2906세대)도 통합 재건축 추진위를 결성했고 동구 백석동 백송마을 6‧7‧8‧9단지(2139세대)도 통합 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과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둘러싼 속도조절론이 등장해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 촉진을 위한 특별법 추진이 늦추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분당, 일산 등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여전히 차기 정부가 ‘청신호’를 예고하고 있어 지금이 기회라고 보고 있다.
1기 신도시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수요가 크다.
고양 일산(6만9천 세대), 성남 분당(9만7580세대), 안양 평촌(4만2047세대), 군포 산본(4만1947세대), 부천 중동(4만1435세대) 등 1기 신도시 29만2천 가구는 1989년부터 조성이 시작돼 재건축 연한 30년을 넘긴 단지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실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재차 1기 신도시 특별법 추진 의지를 공식화하고 있어 실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인수위는 28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내용을 조율하는 당정협의에서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노후주택 재건축을 위한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부동산 문제를 차질 없이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26일에는 1기 신도시를 중장기 검토과제라고 표현한 데 따른 후폭퐁을 진화하기 위해 예정에 없던 브리핑까지 열어 “조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도 직접 나서 여야 합의로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통과되면 새 정부 출범 즉시 공약한 대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인허가 절차 간소화, 안전진단 제도 규제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 완화, 금융지원, 토지 용도변경 및 용적률 상향, 세입자 이주대책 및 재정착 대책 등을 포함한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을 내걸었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양쪽 의원들이 모두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노후도시의 스마트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발의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3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모두 용적율과 건폐율 등 규제 완화를 뼈대로 한다.
1기 신도시 부동산시장도 재건축 기대감에 달아오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3월9일 대선 뒤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 1기 신도시 일대다.
1기 신도시는 올해 1월1일부터 3월9일까지는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0.07%로 미미했는데 3월10일부터 4월22일까지 약 2개월 동안에는 매매가격 상승률이 0.25%를 보이면서 상승 폭이 3배 넘게 높아졌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통령직인수위에서 1기 신도시 일대 아파트 가격의 상승 추세에 규제완화 속도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재건축에 대표적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 절차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은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