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과 이해진 네이버 의장 |
“해외로 뻗어나가는 중국기업들이 가장 두렵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모바일사업에 대해 언급하면서 거대 규모의 중국 IT기업들이 두렵다고 했다. 이 의장의 말처럼 중국기업들은 거대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쌓은 막대한 자본력을 무기로 해외공략에 나서고 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IT공룡들의 자본이 우리나라 모바일게임 회사로 향하고 있다. 텐센트는 3월 CJ게임즈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알리바바도 4월 한국지사를 설립해 게임회사 투자를 검토중이다. 바이두도 지난 19일 국내 게임산업 B2B행사인 ITS GAME 2014에 참가해 국내 게임산업에 관심을 보였다.
모바일이 PC보다 더 중요한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모바일 생태계는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 IT공룡들에 맞설만한 유일한 기업인 네이버조차도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중국기업들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국내 모바일게임은 온라인게임에 이어 새로운 규제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주 NXC 회장은 이달 초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를 얘기하는데 손발이 묶여 있는 것 같을 때가 많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부규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IT환경, 특히 모바일 생태계를 옥죄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먹거리는 게임이다. 모바일게임은 모바일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쉽고 기본적인 서비스다. 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이용자 중 27.5%가 하루 한시간 이상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37%는 게임을 위해 유료결제를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네이버, 카카오 아성에 도전하다
국내 모바일 생태계의 1인자는 단연 카카오다. 카카오는 지난달 말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해 다음카카오의 출범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의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은 30일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갤럭시, 이마트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국내 모바일게임의 중흥을 이끈 것 역시 카카오다. 카카오가 2012년 출시한 카카오 게임하기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카카오 게임하기 출시 이전과 이후로 나눌 정도로 엄청난 양적성장을 이끈 모바일게임 플랫폼이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영향력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카카오 게임하기의 누적 사용자수는 4억 명이고 총 매출액은 1조 원이다. 서비스 게임의 종류는 150여 종이나 되며 1일 최다 다운로드는 100만 건을 기록하고 있다. 또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이 구글플레이마켓 매출 상위권을 독차지 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 게임하기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쏠림현상으로 독과점과 수익배분 문제, 또 모바일게임 수준의 질적 하향평준화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카카오 게임하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안 플랫폼을 속속 내놓고 있다. 네이버도 그 중 하나다.
네이버는 국내기업 중 중국 IT업체들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항마다. 특히 모바일시장에서 라인을 내세워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라인은 이달 초 4억5천만 명의 가입자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41만 명씩 가입자가 늘어난다. 연내 5억 명 돌파가 확실해 보인다.
네이버는 모바일게임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는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고 있는 카카오 게임하기에 대항해 2012년 라인 게임을 내놓았다. 라인의 힘을 등에 업은 라인 게임은 3억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라인의 매출도 견인하고 있다. 1분기 라인 매출 가운데 60%가 게임에서 발생했다.
막대한 해외 사용자를 바탕으로 한 라인에서 성공하면 곧 해외진출과 다름없는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라인 인기에 편승하려는 게임개발사들도 늘고 있다. 라인 게임을 통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포코팡은 전 세계 다운로드 4천만 건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라인 게임에 이어 지난달 밴드 게임을 출시했다. 아직 밴드 게임 라인업은 30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100위 안에 든 것은 ‘역전! 맞짱탁구’ 하나뿐이다. 이 때문에 기대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있지만 게임 플랫폼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 밖에도 지난해 10월 컴투스를 인수한 게임빌은 지난 25일 글로벌 모바일게임 플랫폼 ‘하이브’를 출시했다. 게임빌의 모바일게임 플랫폼 서클과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플랫폼 허브를 합친 것으로 해외시장을 겨냥한 통합 모바일게임 플랫폼이다. 모바일게임 업계의 강자인 양사의 노하우가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김정주 NXC 대표 |
◆ 앞다퉈 온라인게임으로 달려가는 게임회사들
온라인게임업계의 빅3는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다. 통칭 3N으로 불리는 세 회사는 1분기 매출 순위에서도 나란히 1~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세 회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적게는 3.7%, 많게는 8.5% 하락했다.
원인은 PC온라인 게임 위주의 사업구조다. 모바일게임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성장에 한계를 맞은 것이다. 반면 모바일게임에 주력한 CJE&M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38% 성장했고 게임빌은 60% 넘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3N은 나름대로 모바일게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모바일게임 시장의 부진을 딛고 올해 시장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넥슨은 올 초 모바일게임 ‘영웅의군단’을 출시했다. 영웅의군단은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게임으로 이례적으로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3위, 매출 7위까지 올랐다. 김태환 넥슨코리아 부사장은 “영웅의군단을 통해 모바일게임에 대한 감을 잡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넥슨은 캡콤과 손잡고 인기 대전액션게임 ‘스트리트파이터4’를 모바일게임으로 출시할 예정으로 현재 비공개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월드컵 붐을 타고 ‘피파온라인3M’이 누적다운로드 300만 건을 돌파하는 등 넥슨도 모바일게임에서 점차 약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넥슨은 자체 게임플랫폼 개발에 “구글이 잘 하고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모바일 공략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3월 주주총회에서 “모바일 환경에서 큰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엔씨소프트만의 혁신적 작품으로 모바일시장을 이끌어나가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한 뒤 엔씨소프트는 전통의 킬러컨텐츠인 리니지를 모바일로 이식했다. 엔씨소프트는 3월부터 ‘리니지 모바일-헤이스트’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리니지를 시작으로 엔씨소프트는 본격적으로 모바일게임 공략에 나선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중국 모바일 시장을 타깃으로 ‘블레이드&소울’ 모바일 카드 게임을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포코팡’, ‘피쉬프렌즈’ 등 모바일게임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지만 PC온라인게임의 주력이던 웹보드게임은 규제로 모바일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0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웹보드게임 규제에 맞서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가 매출의 40%를 차지하던 웹보드게임으로 모바일게임 공략에 나선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 게임규제는 계속될까?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중독법’에서 게임을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좋지 않다. 신 의원은 “중독법에서 게임을 분리한 별도 법안을 논의중”이라며 “법안 입법을 위한 것으로 게임중독에 대한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당장 모바일게임도 내년 5월부터 셧다운제의 대상이 돼 심야시간에 청소년의 이용이 금지된다. 온라인게임 셧다운제는 2011년 11월부터 적용되고 있지만 모바일게임은 중독성이 적다는 이유에서 적용이 유예됐다. 당시 청소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오히려 먼저 ‘자율규제’를 외치고 나서는 아이러니한 일도 벌어진다. 지난해 12월 모바일게임 업계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한 국민과 약속’ 협약식을 열어 청소년 모바일 콘텐츠 이용에 대한 자율규제 애플리케이션 도입 등을 제시했다. 게임회사들과 통신3사가 함께 유해콘텐츠를 차단하는 앱을 게임에 특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2월부터 적용되고 있는 PC온라인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도 모바일로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PC온라인 웹보드게임에 대해 한 번 게임에 사용하는 게임머니를 3만 원으로 제한하고 1일 10만 원 이상 게임머니를 잃을 경우 24시간 접속을 차단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제는 모바일 웹보드게임에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확실한 기준 마련 전까지 모바일 웹보드게임의 유료화를 연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무조건 보류할 것이 아니라 빨리 기준을 만들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해주길 원하고 있다.
정부는 3월 민관 모바일 보드게임 정책협의체를 발족하고 모바일 웹보드게임 정책을 연구중이다. 설기환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모바일 웹보드게임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심각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예고했다.
<저작권자(c) 비즈니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김디모데 기자의 다른기사보기'윤석열 탄핵 후폭풍' 국힘 최고위원 5명 전원 사퇴, 한동훈 지도부 붕괴 앞둬 |
외신 윤석열 탄핵 놓고 "계엄 도박 역효과", "신념 고집에 여당도 돌아서" |
한동훈 "윤석열 탄핵 할 일을 한 것", 당내 책임론에 사퇴 거부 의사 보여 |
탄핵 윤석열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 마지막 순간까지 국가 위해 최선" |
이재명 "윤석열 파면 조속히 이뤄지게 싸워야, 새로운 나라 만들어야" |
민주당 윤석열 탄핵 이어 특검·국정조사도 추진, 정국 주도권 굳히기 나서 |
한덕수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에 "마음 무거워", "국정안정에 노력 다할 것" |
민주당 "윤석열 직무정지는 12·3 내란 수습의 첫 걸음" "내란 특검 빠르게 구성할 것" |
국회의장 우원식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헌법재판관 임명 서두르겠다" |
윤석열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서 찬성 204표로 가결, 국민의힘 12표 이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