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샤오미와 모토로라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체 하드웨어 기술력을 강화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비보(Vivo)는 삼성전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현지매체 시나테크(신랑커지)에 따르면 비보 관계자는 “소비자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는 것은 혁신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며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폴더블폰 시장이 소비자 수요를 자극해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보는 폴더블폰을 포함한 프리미엄 제품라인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폴더블폰 X폴드와 노트 시리즈인 X노트, X80 모델을 잇따라 내놨다.
안드로이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매체에 따르면 선웨이 비보 회장은 2018년 8월 향후 10년 동안 진행할 기업 중기적 성장 전략으로 “스마트폰과 스마트한 서비스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뒤 본격적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했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봐 수 년 만에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따라잡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선웨이는 비보 모회사였던 BBK그룹 통신사업부에서 직접 비보 창업을 지휘한 창업주다. 비보가 그룹으로부터 독립한 뒤에도 CEO직을 맡아 비보를 이끌고 있다.
◆ 폴더블폰으로 삼성전자 정조준
비보는 4월11일 자체개발한 폴더블 스마트폰 비보 X폴드를 공개했다.
X폴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Z폴드 모델과 비교해 디자인은 거의 비슷하지만 접었다 펼 수 있는 회수가 30만 회에 이른다. 폴더블폰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히던 화면 주름 문제도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소개됐는데 무게가 가볍고 가격도 10만 원가량 저렴하다.
선웨이는 폴더블폰 출시 시점이 다른 기업보다 늦어진 만큼 핵심으로 공략하는 소비자층과 제품에 차별화를 뒀다.
비보는 화웨이, 샤오미, 오포, 아너 다음으로 다섯 번째로 폴더블폰을 출시한 중국 기업이다. 그러나 성능 부분에서 혁신이 있어야만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비보가 이번에 출시한 폴더블폰을 보면 세계 최초로 두 스크린 모두에 3D 초음파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화면 크기는 펼쳤을 때 8.0인치이고 외부화면은 6.5인치로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3보다 큰 편이다.
중국 현지매체 정상창미(정상촹웨이)에 따르면 비보 회장 선웨이는 “소비자들은 1위 혁신 기업만 기억할 뿐 뒤따라 가는 기업은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는 업계 1위를 더 많이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선웨이는 애플이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비슷한 가격대의 폴더블폰을 내놓는 전략을 선택했다.
중국 현지매체 계면신문(졔몐신원)에 따르면 비보는 폴더블폰을 예상보다 늦게 출시했다. 비보는 이에 관해 “아이폰12나 아이폰13을 사용하던 사람들이 우리의 X폴드 모델을 사용할 때 어떠한 부족함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보는 “시중에 판매되는 폴더블폰 초기 모델을 보면 품질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그런 상태에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채울 수 없다고 봤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비보는 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주요 경쟁력으로 삼다가 이제는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려는 셈이다.
2021년 초 비보는 중앙연구원을 세워 스마트폰 사업 기초 기술력 연구개발에 관한 투자를 확대했다. 중앙연구원은 소비자 수요, 산업 기술 동향과 미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기술 윤곽을 만들고 36개월이 넘는 장기적 시점의 기술 방향을 제시하거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비보는 이외에도 고객 혁신 연구실, 칩 연구실, 모듈망 연구실 등 선진 신기술 연구센터를 세웠다.
기술 투자 뿐만 아니라 연구진 인력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인민왕(런민왕)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비보 연구개발 인력 비중이 전체 75%를 넘었다.
특히 스마트폰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체 칩 개발에도 집중하면서 미래 기술의 돌파구를 마련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에 이미 독자 개발한 이미지 프로세서 V1를 발표했고 최근에는 업그레이드 버전인 V1+를 공개했다.
V1+ 칩은 대만 반도체 업체 미디어텍과 협력해 개발했으며 움직임보정 칩(MEMC)과 AI 초해상화 칩 하드웨어가 IC 칩 안에 패키징 돼 있는 주문형 반도체 칩(ASIC)이다.
비보는 곧 공개 예정인 프리미엄폰 X80 프로 플러스에 V1+ 칩을 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전략은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9월 비보가 X70 프로 신제품을 출시한 뒤 세계 500~599달러 사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1년 전 같은 시점의 10%에서 20%로 올랐다.
비보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보면 2021년 말 기준 중국 4천 위안 이상 가격대 중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은 24.1%로 1위를 차지했다.
◆ BBK그룹 전화기사업을 중국 대형 스마트폰업체로 키워
선웨이는 2022년 신년회에서 “올해는 스마트폰 업계가 가장 많은 도전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며 “비보의 초심은 변하지 않았으며 세계 일류의 기업문화와 가치관을 구축해 고객들에 세계 일류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비보의 뿌리는 중국 학습기, VCD 대기업인 부부가오그룹(BBK그룹)이다. BBK그룹은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돤융핑이 세운 회사다.
당시 돤융핑 BBK그룹 창업주는 회사의 주요 사업을 VCD 및 DVD 등이 포함된 영상 사업과 무선전화 및 일반전화를 다루는 통신 사업, 그리고 학습 게임기와 어학용 플레이어가 포함된 학습기 사업 세 가지로 나눴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자 BBK그룹 통신사업부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고급형 스마트폰 브랜드로 비보를 론칭했다. 비보는 2009년 글로벌 시장에 정식 진출했다.
선웨이가 비보를 키울 수 있게 된 데에는 돤융핑의 도움이 가장 컸다. 선웨이는 1990년대 돤융핑과 함께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돤융핑이 BBK그룹을 세울 때 기반을 함께 닦았다.
돤융핑은 사업 규모가 커지자 통신 사업부를 선웨이에게 맡겼으며 이를 계기로 선웨이는 통신 사업부와 비보가 통합되고 그룹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뒤 현재까지도 리더를 맡고 있다.
사업 초기 비보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선웨이는 그만의 마케팅 방법을 사용해 비보를 키워냈다.
비보는 화웨이, 샤오미,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대도시와 온라인 시장을 피해 중소형 도시에 오프라인 매장 판매망을 촘촘하게 늘리는 것을 주요 성장 전략으로 사용했다.
2011년부터는 시청률이 가장 높은 드라마, 예능 등 인기 TV 프로그램에 대규모 협찬을 하면서 인지도를 올렸다.
선웨이는 겸손하면서도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가다. 일을 크게 벌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데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중국 현지매체 통신망에 따르면 2014년 공식 자리에서 10년 만에 모습을 비친 선웨이는 “비보는 돈 버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다. 비보는 핸드폰 기업으로서 본분을 다할 뿐이다”고 말했다.
비보는 작은 회사이며 어떤 기업도 경쟁사라고 생각하지 않고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등 모든 회사에서 배워야 할 점들만 본다고 강조했다.
선웨이는 최근 X5맥스 신제품 발표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내가 지금까지 다룬 사업을 보면 하나는 전화기이고 하나는 핸드폰이다. 현재도 전화기 사업부가 운영되고 있다. 능력이 되는 만큼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노녕 기자
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탐구-비보 선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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