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부품 공급망 훼손에 따른 고객사들의 생산 차질로 반도체 재고가 늘어난 데 따라 실적과 주가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시스템반도체뿐 아니라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기업도 고객사 수요 감소에 따른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전문지 마켓워치는 26일 증권사 에버코어ISI 보고서를 인용해 “반도체기업들이 최근 일제히 좋은 실적을 발표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까지는 반도체주에 투자하기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반도체기업 주가가 연초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고 있지만 증권가에서 여전히 반도체주에 비관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켓워치는 “증권사들은 2018년에 발생했던 반도체 공급 과잉과 주가 급락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기업들이 업황 호조에 자신감을 찾고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반도체 가격도 인상했지만 고객사들이 이를 예상하고 충분한 재고를 쌓아둬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에 반도체기업들이 고객사 수요 급증에 대응해 가격을 최대 3배까지 높여 판매하는 등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 했지만 결국 고객사 주문이 급감하자 실적과 주가에 타격을 받은 사례가 있다.
에버코어ISI는 최근에도 반도체 공급이 곧 수요를 웃도는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반도체업황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바라봤다.
미국 증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지난해 말 4039.5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24%에 이르는 하락폭을 나타낸 점이 대표적 예시로 꼽혔다.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AMD 주가는 같은 기간 30% 넘게 떨어지면서 뚜렷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에버코어ISI는 “평소라면 이 정도의 주가 하락은 매수 기회로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최소한 올해 하반기까지는 반도체주에 투자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부품 공급망이 훼손돼 고객사들이 IT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점도 반도체 수요 감소를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주요 반도체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다고 해도 다른 부품에서 공급 차질이 계속 발생한다면 생산이 늦춰지고 자연히 반도체 수요도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
마켓워치는 마이크론 주가가 4월 들어서 15% 이상 떨어지는 등 메모리반도체기업 주가에도 반도체업황 악화에 따른 악재가 점차 반영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다른 메모리반도체기업도 주요 고객사 수요 감소에 따른 반도체업황 둔화에 실적 부진 및 주가 약세를 당분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레이먼드제임스도 마켓워치를 통해 “반도체기업들이 고객사 수요 감소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며 “공급 과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수준이 이미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PC 등 IT기기 수요가 급증했던 만큼 당분간 소비자 측면의 수요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반도체업황에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체 반도체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PC 수요 감소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져 반도체업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조치로 IT제품 생산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점도 반도체업황에 먹구름을 키우고 있다.
마켓워치는 “반도체주 주가 약세는 미국 증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 들어 S&P500지수가 11%, 나스닥지수가 18%에 이르는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