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에서 ‘팔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의 전쟁, 높아진 원달러 환율,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외국인투자자가 국내 주식을 던지는 주요 이유로 꼽힌다.
▲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86%(23.50포인트) 내린 2704.71, 코스닥지수는 0.74%(6.90포인트) 내린 922.78에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외국인투자자가 계속해서 사 모으는 종목이 있다. 통신주, 정유주, 조선주가 대표적인데 이들 종목은 외국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주가 상승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2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보면 외국인투자자는 4월1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4조533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는 4월 들어 5일과 19일 이틀을 빼고 매 거래일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루 순매도 규모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가장 최근 거래일이었던 22일 국내 주식을 7309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가 하루에 7천억 원 넘게 순매도한 것은 4월7일 이후 2주 만이다.
외국인투자자는 2월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4831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국내 주식을 팔기 시작했고 이후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순매도 규모를 키웠다.
외국인투자자는 3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4조5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2월도 전체적으로는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한 뒤인 21일부터 28일만 놓고 보면 1조3천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외국인투자자는 4월 삼성전자(-2조4426억 원), SK하이닉스(-4165억 원), 삼성전자우선주(-3342억 원) 등 반도체주를 큰 규모로 시장에 내놨다.
국내 증시 불확실성에 글로벌 반도체시장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 우려가 더해지면서 외국인투자자의 반도체주 매도세에 힘이 붙었다.
외국인투자자가 4월 들어 이처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지만 팔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에 외국인투자자는 실적 기대감이 큰 통신주, 정유주, 조선주는 꾸준히 담았다.
외국인투자자는 4월 SK텔레콤과 에쓰오일, KT, 현대중공업 등 4종목을 1천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SK텔레콤이 2378억 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가장 컸고 에쓰오일(1588억 원), KT(1170억 원), 현대중공업(1159억 원)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투자자는 이들 종목을 하루에 많이 담기 보다는 하루 하루 꾸준히 사들이면서 전체 순매수 규모를 키웠다.
외국인투자자는 SK텔레콤 주식을 4월 들어 5일 하루를 빼고 매 거래일 순매수했다. 에쓰오일 주식은 3월30일부터 4월22일까지 18거래일 연속, 현대중공업 주식은 3월7일부터 지금까지 34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KT 주식도 3월31일 이후 계속 순매수 흐름을 이어오다 최근인 20일부터 22일까지 3거래일만 순매도했다.
이들 종목은 외국인투자자의 사자 흐름 덕에 주가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
4월 들어 22일까지 현대중공업 주가는 17.15% 올랐다. 에쓰오일(9.10%)과 SK텔레콤(8.26%), KT(1.40%) 주가도 모두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92%와 2.30% 내렸다.
투자 규모가 줄었다고 하지만 외국인투자자는 여전히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30% 이상의 지분을 들고 주요 기업의 주가를 움직이는 큰손으로 여겨진다.
실적 기대감이 이들 종목을 향한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확대를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신주는 보통 경기 방어주로 여겨진다. SK텔레콤과 KT는 5G(세대)통신 가입자 확대, 마케팅비 축소 등으로 1분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좋은 실적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정유주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조선주는 수주 확대에 따라 향후 실적 기대감이 크다.
증권업계는 이들 종목의 주가 흐름이 앞으로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승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은 인공지능, 메타버스 등 새 성장동력에서 사업 확장이 기대되고 KT는 미디어 콘텐츠사업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며 “SK텔레콤과 KT는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유화학업황이 2017년 2018년 수준으로 좋아졌으나 에쓰오일 주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30%의 배당성향까지 고려할 때 현재 주가는 저평가된 상태”라고 바라봤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