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성 기자 noxket@businesspost.co.kr2022-04-24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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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120원. 최근 폐지 1kg당 가격이다.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거리를 누비며 박스 등 폐지 100kg을 모아도 수입은 1만2000원에 불과하다.
▲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
이마저도 지난해 하반기에 크게 오른 것이다. 이전의 폐지 1kg당 가격은 50원이었다고 한다. 현재 폐지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사회적기업 러블리페이퍼는 이러한 폐지 수거 어르신들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2일 러블리페이퍼 관계자들로부터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에게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고 친환경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여러 노력에 대해 들어봤다.
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이 폐박스보다 가볍고 가격은 비싼 종이팩을 수거하도록 돕고 이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친환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쌀 포대로 만든 원단으로 가방을 제작·판매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러블리페이퍼 관계자는 "다양한 친환경 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를 업사이클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히거나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사명은 영어로 ‘LOVERE:PAPER’다. 사랑을 뜻하는 'Love'와 재활용을 뜻하는 ‘Recycle’이 합쳐진 것이다. 2017년 설립돼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2020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러블리페이퍼는 어르신들이 수거한 폐박스를 구매한다. 이를 자르고 압축해 붙인 뒤 헝겊을 씌우는 등의 과정을 거쳐 미술용 캔버스를 만들어 판매한다. 캔버스를 직접 만들고 그림까지 그릴 수 있는 DIY키트도 주요 제품이다. 전체 직원 수는 9명이며 이 가운데 3명이 캔버스를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는 어르신들이다.
또 작가들의 기능재부 등을 통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 세상에 하나 뿐인 페이퍼캔버스아트를 만들어 정기구독자나 일반 소비자에게 다시 판매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DIY키트를 활용해 기업이나 학교 등에서 폐지를 활용한 캔버스를 직접 만들어 보는 자원순환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비대면 교육서비스 요청이 늘면서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는 데도 큰 힘이 됐다.
러블리페이퍼는 이를 통한 수익금을 폐지 수거 어르신들의 생계, 안전 등을 위한 지원금으로 활용한다.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 한 명이 1년에 약 9톤 정도의 폐지를 수거한다고 한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는 인천에 있는 기독교대안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사회적경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폐지 기부를 독려하기 위한 봉사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 러블리페이퍼에서 판매하는 폐지를 재활용한 페이퍼캔버스아트 제품 이미지. <러블리페이퍼>
그는 폐지의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 그림을 그려 판매하는 방안까지 구상하게 됐다.
애초 단기 프로젝트로 진행하려 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추진하게 됐다.
노동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은 생계를 위해 폐지줍기에 나선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폐지를 줍는 65세 이상 노인은 2017년 기준 6만 명을 훌쩍 넘는다.
하지만 수익성이 크게 낮아 노동 강도에 비해 적절한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러블리페이퍼는 폐지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1kg당 1천 원에 매입했지만 판매 부진 등 상황에 맞춰 1kg당 300원에 폐지를 매입한다. 그래도 시중 가격의 2배가 넘는다.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에게 노동의 대가를 조금이라도 더 주려 켄버스 사업 등을 통한 얻은 이익을 어르신에게 되돌려 드리는 것이다.
캔버스를 만드는 일도 어르신들을 고용해 진행하고 있다. 또 폐지 매입 보상제 등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의 노동이 정당하게 인정받도록 돕기 위한 입법 활동도 펼치고 있다. 관련 법안들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노력을 멈추진 않고 있다.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