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양향자 의원(무소속)이 검찰수사권 폐지 입법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민형배 의원.
민형배 의원은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치하는 길에 들어선 뒤 처음으로 민주당을 떠난다"며 "수사 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낸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날 민주당을 탈당해 법제사법위원회 무소속 위원으로 배치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이 법사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돼도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검찰수사권 폐지 관련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최장 90일까지 논의를 이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4월 안에 법안 처리가 어려워지고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인 5월3일에 법안을 공포하지 못하게 된다.
안건조정위원회는 여야 동수인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으로 구성되는데 무소속 의원이 있으면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인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 야당 몫 1명을 무소속인 민 의원으로 지정하면 찬반은 4대 2가 된다. 이후 법사위원회 전체회의까지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 의결을 강행할 수 있다.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박병석 국회의장의 협조를 얻어 회기를 짧게 쪼개는 '살라미 전술'을 쓰면 4월 안에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앞서 민주당은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의 안건조정위원회 통과를 위해 7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시켰다.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이 민주당의 손을 들어주면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날 양 의원이 검찰수사권 폐지 법안에 반대 입장을 내면서 민주당의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양 의원은 자신의 이름으로 작성된 문건에서 "저는 이번 법안이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을 따라 이런 법안을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양 의원이 지금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어쩔 수 없다"며 "우리는 거기에 따른 대책도 다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의 탈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민 의원의 탈당을 치켜세웠다.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민 의원의 탈당과 관련해 "개인의 비상한 결단이 있었고 원내 지도부에 전달해 상의와 숙고 끝에 수용했다"고 말했다.
법안 처리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만약의 상황에 대한 (민 의원) 개인의 고뇌가 있었고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 의원의 탈당 소식이 알려지자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이 또다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법사위에 사보임 된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 법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자 급기야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비교섭단체 몫으로 둔갑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건조정위는 하나 마나 한 구색을 맞추기요 짜고 치는 고스톱일 뿐"이라며 "상임위 정수에 맞춰 탈당 의원에 강제 사보임해 주실 것을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의당도 민주당 비판에 한 목소리를 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대국민 인사 테러라고 했다"며 "민형배 법사위원 탈당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하시겠나"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의장이 순방까지 미뤄가면서 각 당이 입장을 마련해오고 협의하기로 했는데 민주당의 오늘 처사는 국회의 민주주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며 "몰염치하다"고 비판했다.
양향자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검찰개혁은 시대적 소명이지만 좀 더 숙고하자"고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