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 지분 전량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 충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 CEO가 단기간에 개인 자금과 대출로 조달할 수 있는 재원은 한계가 있는 데다 인수에 참여할 공동 투자자를 설득하는 일도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는 현지시각으로 19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 CEO가 앞으로 10일 안에 트위터 주식 공개매수 제안을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 CEO는 1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제목인 ‘러브 미 텐더’를 쓴 짧은 글을 공유했다. 공개매수 제안(tender offer) 계획을 간접적으로 제시한 셈이다.
불특정 다수의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사들이는 공개매수 제안은 경영권을 방어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대표적 방식이다.
머스크 CEO가 결국 트위터 이사회에 보낸 인수 제안을 거절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대적 인수합병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1분기에 트위터 지분 약 9%를 인수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430억 달러에 트위터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자진 상장폐지하겠다는 제안을 최근 트위터 이사회에 전달했다.
트위터 이사회가 이런 제안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머스크 CEO가 결국 경영권을 확보하기 충분한 지분을 사들여 회사를 사실상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뉴욕포스트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 지분을 원하는 만큼 사들이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이런 계획이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트위터 인수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려던 일부 투자자들이 머스크 CEO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과 정치적 논란 등을 우려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 계획을 내놓으며 이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뉴욕포스트가 인용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인수를 위해 최대 100억~150억 달러가량의 개인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등 기업의 지분을 담보로 수십억 원의 대출을 받고 모건스탠리를 통해 100억 달러를 추가로 조달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공동 투자자들이 공개매수 제안을 통해 지분을 사들여 트위터 인수에 함께 참여하려다 다소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에 성공한 뒤 다른 투자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들이 투자에 확신을 두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트위터 적대적 인수합병에 함께 참여하고 머스크 CEO가 원하는 방향대로 트위터의 운영 정책을 바꿔내면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머스크 CEO는 트위터 이용자들에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하지만 검열 정책을 크게 완화하면 가짜뉴스와 혐오를 조장하는 표현 등을 걸러내기 어렵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뉴욕포스트를 통해 “투자자들은 트위터 인수에 뒤따를 수 있는 여러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며 “트위터의 기업가치 방어 가능성에 불확실한 시선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 이사회가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기 위해 추가로 주식을 발행하며 트위터 시가총액을 더 끌어올리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점도 머스크 CEO의 인수 시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머스크 CEO가 자금 조달에 한계를 맞아 트위터 인수 계획을 철회하는 쪽으로 결론이 지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뉴욕포스트는 관계자를 인용해 “머스크 CEO가 트위터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라며 “기존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