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컷오프(공천배제)를 결정하는 권한은 최종적으로 비대위에 있다"며 "전략공천위원회 의견은 참고 의견 정도"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도 송 전 대표와 박 의원 공천배제에 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해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결정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19일 전략공천위원회가 공천배제를 결정한 두 사람은 당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군이었다.
송영길 전 대표는 김남국, 정성호 의원 등이 찾아가 출마를 설득했다고 알려져 친 이재명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박주민 의원은 “세대교체를 하겠다”며 서울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을 향해 당내 반대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5일 SBS라디오에 나와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는 이해가 안 된다”며 “대선 패배로 사퇴한 전직 대표가 사퇴문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다시 한 번 해보겠다고 나서면 국민들이 반성한다고 보겠느냐”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에 대해서는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부동산 관련 논란이 있다며 출마에 반대한 바 있다.
두 사람의 공천배제가 확정되면 더불어민주당은 새로운 후보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민주당 지도부 안에서 박영선 전 장관 차출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송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공천 배제 결정도 민주당 지도부가 서울시장 후보로 박 전 장관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언론을 통해 이날 저녁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박 전 장관의 서울시장 출마를 설득하기 위해 만난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박 전 장관은 아직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은 4선 의원에 장관까지 역임해 행정역량과 정무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바로 1년 전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오세훈 현 서울시장에게 크게 패했다는 점이 출마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민주당 비대위가 13일 서울을 전략선거구지역으로 결정하면서 이낙연 전 총리 추대설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를 추대하기 위해 전략선거구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에서 추대한다면) 이 전 총리는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19일 연합뉴스에 “서울시장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민주당 지도자 등 몇 분께 말씀드린 바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며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권교체로 신구권력 간 대결구도가 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였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후보로 내세우자는 움직임도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당내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생)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와 이원욱 전략공천위원장,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모두 86그룹으로 분류된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3월2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 후보로 거론되는 데 관해 “서울시장 대안으로 송영길 전 대표만 있는 게 아니다”며 “당내 어떤 분이라도 (차출) 대상에서 예외가 있을 수 없으며 민주당 이름으로 출마할 수 있는 거물들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내 대표적 86그룹으로 꼽히는 우상호 의원은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임 전 비서실장 출마에 관해 “송영길 전 대표가 출마함으로써 임종석 등 카드가 물 건너갔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임 전 비서실장은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상황이다. 그는 9일 SBS와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선거출마에 관해 “당으로부터 역할을 요구받으면 그럴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3월23일에는 임 전 실장의 지지자들이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 전 실장의 서울시장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론된 민주당 인사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양자대결에서 지지율이 두 자릿수 이상 크게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MBN 의뢰로 11~12일 이틀간 서울에 사는 성인 8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송영길(39.0%) 대 오세훈(50.8%), 박주민(39.2%) 대 오세훈(49.8%), 이낙연(35.7%) 대 오세훈(47.4%) 등으로 집계됐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4~5일 이틀간 서울에 사는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박영선(37.6%) 대 오세훈(49.9%), 임종석(34.0%) 대 오세훈(51.4%) 등 결과가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오세훈 시장의 대항마로 유시민 작가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우자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