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대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때 요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미원을 떠올린다. 순창이나 청정원, 종갓집도 대상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상하면 소스를 떠올리게 될 수 있다. 대상이 소스산업에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상은 1956년 최초의 국산 조미료 미원을 개발해 한국인의 밥상을 바꿔놨다. 이후 간장, 고추장, 냉동식품 등을 내놓으며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1989년 임금님표 순창고추장, 1996년 청정원 냉동식품, 1997년 햇살담은 조림간장을 출시했으며 2006년에는 종갓집김치까지 인수하며 한때 조미료시장과 장류시장, 김치시장을 모두 석권했다.
하지만 현재 조미료시장 1위는 다시다를 만드는 CJ제일제당이다. 그리고 장류시장은 연간 1%대 저성장에 빠져 있다. 그나마 김치시장이 해마다 10%대 고성장을 보이면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식품기업들이 잇따라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고민에 빠진 대상이 찾은 새로운 땅이 바로 소스시장이다.
대상은 2000년대 서구화돼가는 한국인의 식습관 변화를 포착해 2007년 ‘월드테이블’을 주제로 스파게티 소스 등을 선보였다. 이후 인도, 태국, 유럽의 이색 소스를 계속 출시하면서 2013년에는 케첩과 마요네즈를 제외한 국내 테이블소스시장에서 1위가 됐다.
2021년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대상은 국내 소스시장 생산액에서 26.9% 점유율을 보이며 1위를 차지했다.
2조 국내 소스시장을 접수했으니 다음 목표는 112조 세계시장이다.
그동안 음식을 어떤 소스와 함께 먹을지는 고유의 문화와 직결돼 잘 변하지 않는 영역이었으나 SNS를 통해 새 조리법과 이국적 먹거리를 쉽게 만날 수 있게 되면서 변화가 잦아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식품업계의 화두는 세계의 독특한 식문화에서 나온 이른바 에스닉 푸드다. 특히 아시안 스파이시 소스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 태국에서 나온 스리라차 소스가 케첩과 타바스코에 익숙해진 미국 소비자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리라차 소스는 1조8천억 원 규모(매출 기준)에 이르는 미국 핫소스시장에서 10%를 차지하고 있다.
대상은 이런 변화를 절호의 기회로 보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21년 초 미국 LA에서 식품생산공장을 완공하고 김치와 고추장소스를 시범생산했으며 꾸덕꾸덕한 고추장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 소비자를 위해 케찹처럼 묽게 만든 고추장소스를 기본맛과 김치맛, 유자맛으로 만들어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최근 K팝와 드라마,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커진 점도 대상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 등 간판 K푸드를 넘어 매운라면과 치킨, 떡볶이같은 로컬푸드를 찾기 시작했다. 그 핵심원료인 고추장 수요가 늘어나는 건 자연스럽다.
대상은 이미 동남아시아에서 K푸드 수요를 적극 공략해 해외매출 1조 원, 매출 3조 원 시대를 연 바 있다.
그 성공을 파급력이 큰 미국에서까지 이어간다면 다음 목표가 될 남미와 중동, 유럽시장 공략은 쉬울 수 있다.
이제 대상은 해외진출로 매출 4조 원 시대를 열겠다고 한다. 대상의 고추장소스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