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대우조선해양이 10개월을 끌던 2021년 임금협상을 마무리했다.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이 경영정상화을 향해 나가는 데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19일 오전8시부터 정오까지 2021년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52.8%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는 전체 4727명 가운데 4384명이 참여해 찬성 2317명(52.85%), 반대 2051명(46.78%), 기권 343명(7.26%), 무효 16명(0.36%)로 집계됐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과한 임금협상 합의안은 기본급 4만4573원 인상(정기승급분 2만3537원 포함), 격려금 200만원 지급, 연차 자율 사용, 신규인력 채용, 특별휴가 1일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우조선해양의 2021년 임금협상의 잠정합의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측이 기본급 동결과 강제연차사용 15개를 고수하며 교섭은 난관에 봉착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노조 집행부 교체,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불발과 함께 박두선 사장으로 대표이사가 교체되면서 협상은 더욱 지연됐다.
하지만 박두선 사장 체제가 들어선 뒤 노사 협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2022년 임금협상과 2021년 임금협상이 병합돼 노사관계가 꼬이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을 합병하려다가 손을 뗀 한국조선해양 아래 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조적 모습을 보인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월 7만3천 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약정임금의 148%, 격려금 25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한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2021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반대 66.76%로 부결된 바 있다.
3월 취임한 박두선 사장으로서는 노사관계에서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에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임금협상 타결은 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벌어졌던 점을 극복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인 문재익씨와 한국해양대학교 동기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권 말에 대통령 가족과 친밀한 사람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이른바 `알박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박 사장의 대표이사 선임이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 때문 아니냐며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노조와 첫 협상에서 성과를 내며 리더십을 보인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2021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4865억 원, 영업손실 1조7546억 원을 봤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36.1% 줄었고 영업손실을 보며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약 1조5천억 원 규모의 재무적 지원을 약속했던 현대중공업그룹과 합병마저 무산되면서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박 사장은 실적반등의 동력을 액화천연가스(LNG선)에서 찾고 있다.
LNG선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탈탄소 움직임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서 에너지 안보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긍정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의 90%를 수입하는데 이 가운데 절반을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최근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유럽에서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에너지 수입선을 다변화하면서 국내 LNG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은 박 사장 취임 뒤 첫 성과로 LNG운반선 2척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LNG운반선 2척은 17만4천㎥급 대형선박으로 저압 이중연료추진엔진(ME-GA)과 재액화설비가 탑재돼 대기 오염물질의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박두선 사장은 수주 성공을 알리면서 "대우조선해양은 압도적인 기술력과 함께 고객사와 구축한 두터운 신뢰 관계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명품 선박을 건조해 선주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조선 전문 조사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3월말 기준 운항되고 있는 686척의 LNG운반선 가운데 176척(약 26%)을 만들어 전 세계 조선소 가운데 가장 많은 선박을 건조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4월 중순까지 LNG운반선 12척, 컨테이너선 6척, 해양플랜트 1기, 창정비 1척 등 모두 20척, 약 46억1천만 달러 상당의 일감도 확보했다.
올해 수주목표로 잡았던 89억 달러와 비교해 약 51.8%를 달성한 셈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수주한 22억 달러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