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송승환 컬리넥스트마일 대표이사가 마켓컬리의 물류 혁신을 이끌 적임자로 발탁됐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가 새벽배송 시장에서 쿠팡, SSG닷컴 등과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는 쉽지 않은 시기에 책임이 무거운 자리를 맡았다.
송 대표는 과거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에서 물류사업의 혁신을 이끈 경험을 지니고 있는데 마켓컬리에서도 그 역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8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송승환 대표가 마켓컬리의 물류사업을 전담하는 컬리넥스트마일의 수장에 오른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컬리넥스트마일 법인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송승환 대표가 컬리넥스트마일 대표이사에 선임된 시기는 3월18일이다. 컬리에 합류한 지 약 반 년 만이다.
기존 회사 이름인 프레시솔루션을 컬리넥스트마일로 바꾼 시기와 같은 날짜에 대표이사에 올랐다.
컬리 관계자는 송 대표를 컬리넥스트마일 수장에 선임한 이유를 놓고 "신선식품 배송솔루션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사실 태생부터 물류 전문가는 아니었다.
송 대표는 1976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에 1995년 입학했다. 카투사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01년 8월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2002년 3월 삼성물산에 입사해 영업계획 파트에서 5년 동안 일했다.
이후 송 대표는 이베이코리아로 자리를 옮겨 상품담당 매니저, 사업계획 책임자, 해외사업기획팀장, 국경간거래 담당 실장, 전략프로젝트 담당으로 10년 넘게 일했다.
물류와 접점을 찾기 힘든 분야에서 일한 시기가 꽤 길다.
그랬던 그가 물류 전문가로 거듭난 계기는 2018년 5월 자체 전담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을 담당하는 스마일서비스실 실장을 맡으면서부터다.
이베이코리아는 당시 각기 다른 판매자 상품을 묶음배송하는 스마트배송 서비스의 이름을 스마일배송으로 바꾸면서 물류서비스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쿠팡을 선두로 여러 이커머스기업이 ‘몇시까지 주문하면 내일 도착’ ‘배송비는 단 한 번만 결제’ 등의 문구를 내걸고 배송경쟁에 나선 시기라 이베이코리아로서도 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스마일배송 물류처리 능력을 키우는 등 물류서비스 강화에 힘쓰며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배송사업을 확대했다.
송 대표의 역량이 한층 더 부각된 것은 지난해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하던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자체 저온 유통체계(콜드체인)가 없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2021년 4월 당시 이베이코리아 스마트배송사업실장을 맡고 있었는데 스마일배송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바로 출고해 고객에게 배송해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콜드체인 없이도 신선식품 취급이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을 이커머스 기업 최초로 도입한 덕분에 이베이코리아는 신선식품 시장에서 경쟁에 나설 수 있었다.
사실상 송 대표가 이베이코리아 신선식품 배송서비스의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했던 셈이다.
송 대표가 컬리넥스트마일의 수장에 오른 이유도 이런 역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송 대표 앞에 놓인 길은 만만치 않다.
마켓컬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선구자다. 그러나 물류인프라에 압도적 금액을 투자하며 신선식품사업을 강화하는 쿠팡, 전국 100여 개 이마트 점포를 배송거점으로 삼고 있는 SSG닷컴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물류인프라 측면에서는 마켓컬리가 열세에 놓여 있다.
마켓컬리는 현재 전국에 물류센터로 서울 2곳, 경기 2곳 등 모두 4곳만 보유하고 있어 전국 단위의 배송 확대에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컬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창원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진해구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에 630억 원을 투자해 2023년까지 중소형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하지만 전국 단위로 배송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는 경쟁기업의 속도를 보면 컬리넥스트마일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컬리는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컬리는 기업공개로 자금을 조달하면 이 가운데 상당부분을 물류인프라 확충에 쓰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송 대표가 스마일배송의 혁신을 통해 이베이코리아의 배송서비스를 강화했던 경험을 살린다면 컬리 상장으로 모은 자금을 통해서 컬리넥스트마일의 성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