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가 광주 신가동 재개발사업을 놓고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인다.
조합이 공동시공단에 아크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는데 5개 건설사가 공동으로 시공하는 만큼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하이엔드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광주 신가동 재개발사업의 공동시공단은 단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에 대한 조합의 결정을 놓고 협의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신가동 재개발조합은 지난 9일 총회를 열고 대표시공사 변경과 아파트 브랜드 결정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켰다.
광주 신가동 재개발사업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동 842-9번지 일대에 지하 3층~지상 최고 29층, 51개동 4732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총 공사비는 8천억 원 규모에 이른다.
롯데건설, DL이앤씨, GS건설, SK에코플랜트, 한양건설이 2015년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한 사업으로 기존 대표시공사는 롯데건설이었다.
하지만 조합은 이번 총회를 통해 대표시공사를 DL이앤씨로 변경하고 아크로를 아파트 브랜드로 할 것을 요구했다.
신가동 재개발조합이 하이엔드 브랜드를 요구한 것은 광주 광천동 재개발사업을 참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천동 재개발조합은 지난해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한 뒤 올해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건설사에 하이엔드 브랜드로 입찰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광천동 재개발지역에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가 들어서게 됐다.
광천동 재개발사업은 5611세대에 총 사업비는 1조1300억 원에 이른다. 신가동 사업의 8천억 원에 견줘 아주 큰 차이는 아니다.
마 대표는 신가동 재개발조합의 이번 결정으로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는 지난해 광천동 재개발사업 시공권을 잃은 당사자로서 조합의 아크로 적용 요구를 거부할 경우 또다시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이에 다른 건설사들도 광천동 사례를 지켜봤기에 공동시공단이 대표시공사 변경과 아크로 적용이라는 조합 총회 결정을 수용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DL이앤씨는 대표시공사로서 아크로 브랜드를 달기로 결정한다 해도 하이엔드 브랜드 가치 하락이라는 고민을 안게 된다.
지난해 DL이앤씨가 광천동 재개발사업에서 아크로가 아닌 e편한세상을 고집했던 것을 두고 하이엔드 브랜드의 가치 희소성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말이 나왔다.
대전 장대B구역과 광주 광천동에 디에이치를 제안했던 현대건설도 최근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범위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업계의 추측에 대해 “처음 만들었던 기준대로 엄격한 심의를 통해 기준을 충족하는 사업지에만 디에이치 브랜드를 부여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미 부산 2곳과 대구 1곳에 아크로 단지를 조성하기로 해 광주에도 아크로 브랜드의 단지를 만드는 데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엔 DL이앤씨 단독이 아닌 5개 건설사가 공동으로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는 시공능력평가 38위의 한양도 포함돼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바로 시공품질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DL이앤씨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크로를 중견건설사가 시공하는 것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건설사가 시공을 담당한 구역이라 해도 품질 하자 등의 문제가 제기될 경우 아파트 브랜드명은 아크로를 달고 있기 때문에 책임이 DL이앤씨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광주 신가동 재개발조합의 아크로 브랜드 적용 요구에 대해 조합 및 공동 시공단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